경제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공상과학(SF) 영화에서는 사람의 몸이 아닌 인공 자궁에서 태어난 새로운 인류가 종종 등장한다.
'기계가 인류를 지배한다'는 설정의 영화 '매트릭스'에서도 인류가 인공 자궁과 같은 용기 안에서 가상현실을 주입받은 채 '배양'된다.
'매트릭스'에서 설정된 이같은 '픽션(Fiction)'은 더 이상 '공상'으로 머무르지 않을 것 같다. 중국 연구진이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대량의 인공 자궁을 한꺼번에 관리하는 'AI 유모'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인용한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중국과학원 산하 쑤저우 생명공학기술원의 쑨하이쉬안 교수 연구팀은 "인공 자궁 AI 관리 시스템을 개발해 '많은 수'의 동물 배아를 인공 자궁에서 배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와 관련된 논문은 중국 동료평가 학술지인 '생의학 공학 저널'에 게재됐다.
연구팀이 개발한 'AI 유모'는 정육면체 모양의 인공 자궁인 '배아 배양 장치'를 한꺼번에 대량으로 관리한다. 24시간 쉬지 않고 배아의 미세한 변화 징후를 감지하고 이산화탄소 농도 조절, 영양분 공급 등 환경 최적화를 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 시스템은 관찰 결과를 바탕으로 배양 중인 여러 개 배아의 잠재적 성장 순위를 매긴다. 또 배아에 '심각한 결함'이 생기거나 배아가 죽게 되면 해당 배아를 인공 자궁에서 '제거'하라는 경고를 하기도 한다.
이미 중국 외에서도 세계적으로 인공 자궁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AI 유모' 개발은 인공 자궁에서 동시에 대량의 배아를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기술적 기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CMP는 "전에는 각 배아의 발달 과정을 (연구진이) 수동으로 관찰해 조정해야 했지만, 연구 규모가 커짐에 따라 이는 지속하기 어려운 노동 집약적 과정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中 연구팀, "궁극적 목표는 사람"...일각에선 "심각한 생명윤리 문제 초래" 우려
쑨하이쉬안 교수팀의 연구는 아직 쥐 등 동물 배아를 대상으로 하지만 궁극적 목표는 사람이다.
연구팀은 이번 논문에서 "이 기술이 여성이 배 속에 아기를 품고 다닐 필요를 제거해준다면서 엄마의 배 밖에서 아기가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자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간 배아 발달 생리학과 관련해 아직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가 많아 후기 단계 연구가 중요하다"면서, "이 기술이 생명의 기원과 인간의 배아 발달에 관한 이해를 증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식 결함 및 다른 생식 관련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론적 토대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 자궁 기술은 배아를 외부 장치에 착상시켜 신생아를 길러내는 기술이다. 현재 국제법상으로 2주 이상 된 인간 배아에 대한 실험은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동물 배아를 대상으로 하는 인공 자궁 기술은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이스라엘 연구팀은 작년 3월 100개가 넘는 쥐 배아를 인공 자궁에서 반쯤 자란 태아 단계까지 키워내는 데 성공했다. 중국 베이징 동물학 연구소는 지난 2019년 원숭이 배아를 장기가 형성되는 단계까지 배양했다.
인공 자궁은 난임으로 아기를 갖지 못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다. 또 임신과 출산으로 사회 경력에서 큰 손해를 보는 여성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출산율이 급속히 떨어지는 중국에서 인공 자궁 기술 개발 소식은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쥐 배아를 실험 대상으로 했지만 미래에 이 기술이 인류에게 적용되는 날이 온다면 생명 윤리의 문제에 부닥칠 것으로 우려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베이징의 한 의학 전문가는 SCMP에 "이 문제는 중국에서 법적, 윤리적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모든 사람이 이렇게 태어난다면 매우 공평하겠지만, 만약 어떤 아이들은 부모들에 의해 태어나고 어떤 아이들은 정부에 의해 (인공 자궁에서) 태어난다면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설명: 영화 매트릭스에서 가상현실을 주입받은 채 태아가 배양되는 장면, 쑨하이쉬안 교수팀이 'AI 유모'를 활용해 운영하는 동물 배아 대량 배양 장치. /영화 '매트릭스', SCMP 홈페이지 캡처].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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