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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외지인’ 절도범이 제주도 일대를 돌며 수억원대 금품을 훔친 뒤 폭설이 내린 한라산 중산간마을 공터에서 금고를 뜯다가 밀렵감시단에 덜미를 잡혔다.
이 절도범은 제주공항을 통해 도망치려고 하다 하루 만에 경찰에 붙잡혔고, 그가 애써 열려던 금고 안에는 귀중품은 커녕 현금 10원도 들어있지 않았다.
제주서부경찰서는 고급 주택가를 돌며 절도 행각을 벌인 30대 A씨를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달 초 제주도로 잠입한 A씨는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타운하우스 등 고급 주택가를 돌며 외제차 2대를 비롯해 귀금속과 명품 가방·신발 등 모두 2억 8,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훔친 물품 중에는 ‘문제의 금고’도 포함돼 있었다.
A씨의 범행이 꼬리를 잡힌 곳은 눈 덮인 한라산 기슭 공터였다.
A씨는 지난 5일 오전 11시쯤 제주 산간지역을 가로지르는 산록도로에 있는 한 공터에서 훔쳐온 금고를 산소절단기로 뜯다 때마침 이 근처를 지나던 밀렵감시단의 예리한 눈썰미에 포착됐다.
당시 야생동물 불법포획 행위를 의심한 밀렵감시단이 “여기서 뭐 하세요?”라고 묻자, A씨는 자신이 타고 렌터카를 몰고 약 2Km를 달아나다 눈길에 미끄러져 전신주를 들이 박았다.
A씨는 이 충돌로 차량의 뒷바퀴가 고장 나자 다시 차량을 버리고 사라졌다.
밀렵감시단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A씨가 버리고 간 차량에 있던 지갑 속 신분증을 단서로 신원을 확인한 뒤 검거에 나섰다. 결국 A씨는 6일 제주공항을 통해 도주하려고 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폭설이 내린 한라산 기슭에서 산소절단기로 훔친 금고를 뜯으려던 A씨. 결국 이 일로 인해 모든 범행이 발각된 셈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뜯고 있던 금고 안은 텅텅 비어 있었다.
경찰은 A씨에 대해 절도와 주거침입 혐의로 입건, 공범 여부 등을 수사하는 한편 A씨가 타고 다니던 렌터카 내부에서 발견된 각종 귀금속과 제주 지역에 숨겨놓은 외제차 2대를 피해자들에게 돌려줄 방침이다.
[사진설명:A씨가 한라산 기슭 공터에서 뜯어려 했단 금고. /야생동물관리협회 제주지부 제공]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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