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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흑사병과 1·2차 세계대전도 버텨낸 1,229년 역사의 영국 최장수 술집(Pub)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불황의 여파를 견뎌내지 못하고 최근 폐업했다.
BBC에 따르면 영국 런던 북부 하트퍼드셔주 세인트올번스시에 위치한 '올드 파이팅 콕스'를 운영하는 크리스토 토팔리는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가게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토팔리는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경제 상황이 계속됐다"며 "술집 운영을 지속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문을 닫게 됐다"고 사정을 설명했다.
이어 "이 술집은 나에게 단순한 사업 그 이상이었다. 술집 역사의 일부분을 함께 해 매우 영광스럽다"고 심정을 말했다.
올드 파이팅 콕스는 '영국(Great Britain)'이라는 국가가 생기기도 전인 793년 영업을 시작했다. 우리나라 역사로 보면 고려(918~1392년) 건국 훨씬 전인 통일신라시대인 셈이다.
까마득하게 오랜 세월 동안 올드 파이팅 콕스는 흑사병과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면서도 살아남았다. 17세기 영국 시민전쟁 때는 올리버 크롬웰이 이곳에 하룻밤을 묵고 가기도 했다.
올드 파이팅 콕스가 영구적으로 폐업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올드 파이팅 콕스를 소유하고 있는 양조장 '미첼 앤 버틀러' 측은 술집을 다시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미첼 앤 버틀러 측은 "우리는 술집의 미래를 위해 다양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며 "가능한 한 빨리 새로운 경영진을 모집해 술집을 다시 운영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올드 파이팅 콕스의 폐업 소식이 들리자 수많은 사람들이 응원과 위로 메시지를 전했다.
최근 이 펍을 찾은 손님들은 구글 리뷰에 “음식도 직원도 사랑스러웠다”, ”나이 든 손님에게 직원이 차 한잔을 내줬다”, “결혼식 피로연을 이곳에서 행복하게 치렀다”는 등 따뜻한 후기를 남겼다.
한편, 영국에서는 몇 년 전부터 수백년 된 역사를 가진 전통펍들이 운영에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2008~2018년 사이에 전체 펍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1만 1000개 이상의 술집이 문을 닫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설명:개업 1,229년만에 폐업한 영국의 술집 '올드 파이팅 콕스'. /올드 파이팅 콕스 페이스북 캡처]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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