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
[마이데일리 = 이석희 기자]아무리 제주라고 하지만 가끔은 커피 한 잔이 생각나는 오후가 있다, 여행지에서도 아날로그 감성 충전은 꼭 필요하다. 제주에 하나 둘씩 문을 열고 저마다의 소박한 매력을 전해주는 작은 책방들.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는 이 작은 책방들 속에 담긴 제주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책방이지만 다양한 문화 행사들을 열고 있어 작은 마을에 기분 좋은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곳. 혼술도 우아하게 즐길 수 있는 곳, 새로운 도시를 여행하는 듯 이색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까지.
'이기자의 낮이밤이' 이번주는 제주도 특색있는 책방들을 소개한다. 분주한 여행일정은 잠시 접어두고 작은 책방에 머물며 느린 오후의 여유를 즐겨보자.
제주에 정착한 여행자, 라이킷
제주 여행을 온 한 여행자가 좋아하는 책과 함께 제주시 칠성로에 작은 서점을 열었다. 한때 제주시내 최고의 번화가 중 하나였던 칠성로 일대는 상권이 무너지면서 사람들이 외면하던 곳이었다.
하지만 최근 라이킷을 비롯해 개성 있는 공간들이 문을 열며 거리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2014년 문을 연 이후 관광객은 물론 꾸준한 단골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서점. 무엇보다 다양한 독립출판물을 만나볼 수 있어 더욱 반가운 곳이다.
칠성로에서 패션 소품 매장들이 즐비한 골목을 걷다가 ‘책빵, 빵 안팔아요’라는 문구를 읽었다면 그곳이 바로 ‘라이킷’이다.
인도 말고 제주에 있어요, 바라나시 책 골목
바라나시에 있는 책방이 아니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는 제주시에 위치한 작은 책방. 이름에서 연상되는 이미지와 딱 어울리는 독특한 분위기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마치 가정집에 들어가는 듯 아늑한 느낌의 예쁜 대문을 열면 노란색으로 칠해진 서점이 보물처럼 숨겨져 있다.
서점 바로 앞에 펼쳐진 바다는 내부까지 파도 소리를 전해주고 잠시 인도로 여행을 온 듯 내부는 온통 인도풍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다.
모든 책들은 방송 작가 출신인 책방 주인이 직접 읽고 모은 책으로 소중함의 깊이가 남다르다. 인도인들이 즐겨 마시는 부드러운 맛의 짜이도 판매하고 있으니 바라나시 책 골목에 들른 오후에는 커피 대신 그윽한 짜이의 맛을 느껴볼 것.
갖고 싶다. 이런 서재, 만춘서점
함덕 대명리조트 옆 작은 책방 만춘서점. 햇살이 얌전히 내려앉은 오후, 이곳에 머문다면 누구나 이런 서재를 갖고픈 욕심나는 공간이다.
서점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따뜻한 감성이 묻어나는 책들과 LP, 제주가 묻어나는 착한 소품들은 만춘서점을 더욱 아늑한 공간으로 만들어 준다.
아담한 삼각형 구조의 내부는 똑똑한 공간 활용의 정석을 보여주는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책뿐만 아니라 주인이 소장하고 있는 중고 LP도 판매 중이라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서점 앞 작은 마당에 놓인 의자에 앉아 쉬어가기도 좋다.
넌 책 봐? 난 책 Bar, 알로하서재
협재 바다를 바라보며 달리다 마주친 작은 마을. 조용한 마을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책 바, 알로하 서재가 있다. 10석 남짓한 규모의 아담한 공간에 저마다 읽고 싶은 책과 함께 위스키 한 잔을 음미할 수 있는 곳이다.
안쪽 밀실은 비밀스런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어 책 속으로 빠져들기에 더없이 훌륭한 공간이다. 물론 커피를 마실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손님들은 위스키나 병맥주를 주문하는 편.
단 어른들을 위한 책방이므로 미성년자는 출입이 어렵고 대화를 나눌 수는 없다는 점은 유의하자. 물론 그것이 알로하서재의 매력이기도 하다.
취향공유 프로젝트, 딜다책방
아파트 단지와 호텔 사이, 골목길에 문을 연 작은 책방 딜다. 디자이너와 마케터가 함께 운영하고 있는 이 작은 서점은 서적 판매는 물론 취향공유 프로젝트 공간으로 입소문이 났다.
특히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과 그림책이 많고 어린이 손님을 위한 작은 의자를 놓은 배려도 엿보인다.
지역 문화 사랑방 역할도 하고 있는 딜다책방은 드로잉북 만들기와 아이 장터, 책 읽기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가끔은 지역 그림 작가들의 전시회가 열리기도 하니 홈페이지에서 일정을 확인하고 방문하면 뜻밖의 선물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사진=이석희 기자]
이석희 기자 goodlu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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