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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러시아의 침공을 피해 접경국으로 피신한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이 인신매매를 비롯해 각종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
10대 우크라이나 피란민 여성이 폴란드에서 숙소를 제공해 주겠다는 남성의 거짓 제안에 속아 성폭행을 당했으며, 인신매매 의심 사례도 다수 보고되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AP통신이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폴란드 브로츠와프 관할 경찰은 지난 10일 인터넷을 통해 숙소를 제공해 주겠다며 19세 우크라이나 피란민 여성을 유인해 성폭행한 혐의로 49세 남성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성명을 내고 “이 여성은 전쟁으로 피폐해진 우크라이나에서 탈출했고 폴란드어도 할 줄 몰랐다”면서 “자신을 도와주고 보호해 주겠다는 남성을 믿었지만 불행히 모두 가짜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폴란드 남동부 접경 도시 메디카의 피란민 수용시설에서는 인신매매 시도 의심 사례가 다수 보고됐다. 여성과 아동들에게만 숙소와 일자리를 제안하거나, 여성들만 차량에 태워 도주하려다 발각된 사례가 최근 들어 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러시아 침공 16일째인 지난 11일 기준 피란민 수는 259만7543명으로 집계됐다. 제2차 세계대전 이래 가장 빠른 피란민 증가 속도다.
폴란드에만 이들 중 절반 이상인 157만여명이 머무르고 있다. 정아 게디니-윌리엄스 UNHCR 공보책임은 “누구나 알다시피 피란민들은 모두 여성과 아이들”이라면서 “인신매매업자 같은 부류가 이용하려고 호시탐탐 노리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접경국에 연고가 없는 피란민의 경우 더욱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다.
우크라이나 국적자들은 비자 제한 없이 90일간 유럽국 통행이 가능하다. 특정 국가에서 임시보호 조치를 신청해 허가를 받을 경우 그곳에서 조치 갱신 여부에 따라 최대 2년 6개월까지 머무를 수 있다. 임시보호 조치란 피란민에게 거주권·노동시장 접근권 등을 부여하는 것으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할 여건이 되는 사람에게만 도움이 될 수 있다.
국제 인신매매 반대 단체 연합체 프로텍트(ProTECT)의 마달리다 모칸 이사는 “인신매매범들은 가족이나 친구, 다른 지원 네트워크가 없는 접경지역 여성과 아이들을 노릴 것”이라면서 “일부 피란민들이 청소와 보모 등 노동력을 제공하는 대가로 피란처를 제공받는 등 우려 징후들이 벌써부터 발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접경국 정부 당국은 인신매매범 접근 차단 방지책 마련에 분주하다.
독일 베를린 경찰은 소셜미디어에 우크라이나어와 러시아어로 여성과 아이들에게 낯선 이의 숙소 제공 제안을 받아들이지 말라고 경고하고, 의심스러운 제안이 있을 경우 신고하라고 촉구했다. 폴란드·루마니아 보안당국은 사복 경찰을 피란민 수용시설에 배치해 인신매매 시도를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민간 차원에서 피란민 대상 범죄 차단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페이스북에 25만명 규모의 우크라이나 피란민 지원 채널을 개설한 루마니아의 블라드 게오르게 유럽의회 의원은 “지원을 제안한 모든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 절차를 거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외인부대 출신 전직 군인들은 메디카의 피란민 수용시설에서 자원 방범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설명:지난 12일(현지시간) 폴란드·우크라이나 국경 인근 프르제미슬의 한 초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우크라 피난민 임시 대피소에서 한 여성이 아이를 안고 있다. /ADPBBNews.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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