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악마의 재능'은 정녕 포기할 수 없는 것인가.
'음주운전 3관왕'으로 물의를 빚었던 전직 메이저리거 강정호(35)의 복귀 소식이 팬들을 한숨 짓게 만들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는 18일 "KBO에 강정호에 대한 임의해지 복귀 승인을 요청했다. 구단은 임의해지 복귀 승인 요청에 앞서 강정호와 2022시즌 선수 계약도 체결했다"라고 밝혔다.
강정호는 지난 2020년에도 여론에 밀려 국내 복귀가 좌절됐던 선수다. 역시 '음주운전 3회'라는 이력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계약 절차를 마치고 '기습 발표'를 했다. 어떻게든 강정호를 품고 가겠다는 키움의 강력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고형욱 키움 단장이 전면에 나섰다. 마치 모든 비난을 감수하겠다는 자세로 읽힌다. 키움은 보도자료에서 고형욱 단장이 강정호의 복귀를 적극 추진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키움은 "고형욱 단장은 지난주 미국에 머물고 있는 강정호와 세 차례 통화를 하며 영입 의사를 전달했다"라고 밝히며 고형욱 단장이 "40년 넘게 야구인으로 살아온 선배 야구인으로서 강정호에게 야구선수로서 마무리할 마지막 기회를 주고 싶어 영입을 추진하게 됐다"고 영입 배경까지 친절하게 소개했다.
영입을 추진한 실체가 누구든 키움이 강정호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 충격적이다. 강정호는 3년이라는 공백 기간이 있고 당장 올 시즌도 뛸 수 없다. 내년이면 강정호의 한국 나이는 37세가 된다.
결국 '악마의 재능'을 포기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강정호는 '40홈런 유격수'로 등극하며 KBO 리그를 완전정복한 뒤 메이저리그로 진출, 데뷔 첫 시즌인 2015년 타율 .287 15홈런 58타점으로 순탄하게 적응했고 이듬해인 2016년에는 타율이 .255로 감소하기는 했지만 홈런 21개를 작렬하면서 탄탄대로를 걸었다. 그의 소속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강정호가 음주운전 이슈로 난리가 났지만 그를 포기하지 않고 기회를 줬다. '악마의 재능'을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키움에는 '악마의 재능'으로 불리는 선수가 1명 더 있다. 바로 우완투수 안우진이다. 안우진은 고교 시절부터 엄청난 재능을 선보였지만 학교폭력 가해자로 징계를 받으면서 많은 팬들의 비난을 받았다. 그럼에도 키움은 안우진에게 계약금 6억원을 안겼고 지금은 팀의 '토종 에이스'로 꼽히고 있다. 지난 해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준 157km 강속구만 봐도 그가 얼마나 타고난 재능의 소유자인지 알 수 있게 한다.
프로의 세계는 성적과 결과로 말한다고 한다. 그래서 '악마의 재능'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일까. 물의를 일으켜도 어느 정도 시간만 지나면 해결된다는 안일한 인식도 깔려 있다. 씁쓸한 현실이다.
[강정호.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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