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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김지훈 감독이 연출한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가 학교폭력을 다루는 방식은 기존과 조금 다르다.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시선으로, 더 나아가 가해자 부모의 입장에서 문제를 직시하며 생각 거리를 던진다.
상위 1% 부모의 자녀만 입학할 수 있는 명문 한음 국제중학교 근처 호수에서 2학년 재학생 김건우(유재상)가 구조된다. 김건우가 의식 불명 상태에 빠지기 전 담임 교사 송정욱(천우희)에게 남겨둔 편지 한 장에는 학교폭력을 고발하는 내용과 가해자 넷의 이름이 적혀 있다.
병원 이사장, 전직 경찰청장, 교사, 변호사같이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가진 가해자 부모들은 돈, 권력, 연줄을 총동원해 사건을 무마하려 한다. 애초에 없던 일로 되돌리기 위해 김건우의 휴대전화에 손 대는가 하면, 교장까지 포섭해 기어이 편지를 손에 넣는다.
하지만 송정욱의 양심선언으로 김건우 엄마(문소리) 또한 진실을 알게 된다. 집안 형편을 걱정해 명문 학교에 가지 않겠다던 아들을 한음중에 진학시킨 스스로를 책망하던 김건우 엄마는 가해자 부모들을 상대로 고독한 싸움을 시작한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2012년 제5회 현대일본희곡 낭독공연에서 상연된 동명 원작 연극을 재해석한 영화다. 연극 각본은 일본 고등학교 교사인 하타사와 세이코가 2006년 후쿠호카 현에서 일어난 중학생 자살 사건을 바탕에 두고 썼다.
영화는 감히 상상하기도 어려운 학교폭력 실태를 있는 그대로 비춘다. 아무 이유 없이 피해자가 된 김건우는 벌거벗겨진 채 희롱당하고, 목에 개줄을 걸고 떨어진 음식을 핥아 먹는다. 가해자는 사실이 밝혀지면 엄마를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 이처럼 10대들이 벌이는 짓이라곤 믿기 힘들 만한 장면이 연달아 등장하며 관객은 끝내 절망에 다다른다.
온갖 악행에 손 뻗는 부모를 비롯해 다양한 인간 군상이 나온다. 진실을 묻기만 하면 정규직이 되는 기간제 교사, 돈 몇푼에 괴롭힘을 눈감는 피해자의 친구가 예시다. 이들의 고민은 수차례 마주하는 선택의 기로에서 깊어져만 간다. 그리고 이때 연출자가 묻는다.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가. 과연 나라면 진실에 몰두할 수 있을까.
설경구가 연기한 변호사 강호창이야말로 관객의 입장과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는 인물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아들 강한결(성유빈)을 보호하려 교묘한 사고를 시작하지만, 비밀을 마주한 뒤 중심 잃고 무너지는 그의 시선을 따라 꼬리에 꼬리를 문 물음을 받게 되는 것이다.
깊은 몰입을 가능하게 한 건 모두 배우들의 열연 덕분이다. 설경구는 그릇된 부성애를 촘촘하게 펼쳐냈으며, 문소리는 죄책감과 분노가 뒤섞인 감정 연기로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성유빈의 적절한 강약 조절도 인상적이다.
오는 27일 개봉. 상영시간 111분. 15세 이상 관람가.
[사진 = 마인드마크]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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