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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발상의 전환이다."
SSG가 올 시즌을 앞두고 방출선수 시장에서 영입한 선수 중 노경은만 빅히트를 친 게 아니다. 노경은보다 1살 많은 고효준도 조용히 잘 나간다. 7경기서 8이닝을 던지며 1피안타 11탈삼진 2볼넷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 제로.
환골탈태다. 고효준이 2002년 롯데에 입단한 뒤 SK, KIA, 롯데, LG 등 많은 팀을 거친 건 기본적으로 패스트볼 제구에 대한 믿음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력적인 구위를 갖고 있고, 다양한 보직을 맡을 수 있는 장점도 확실했다.
김원형 감독은 SK 시절 고효준과 선수생활까지 같이 했다. 코치와 선수로도 오랫동안 인연을 맺었다. 롯데에서도 잠시 한솥밥을 먹었다. 누구보다 고효준을 잘 알기 때문에 영입으로 이어졌다. 그런 김 감독은 시범경기서 배터리코치와 투수코치에게 은밀한 부탁을 한다.
"발상의 전환이었다"라고 했다. 물론 배터리코치와 투수코치를 통해 고효준에게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있었지만, 김원형 감독은 새 출발하는 고효준에게 직접적으로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발상의 전환을 하지 않으면 고효준은 또 예전처럼 제구 기복에 시달리다 그저 그런 성적을 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핵심은 패스트볼 제구에 대한 미련을 버린 것이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고효준의 2021시즌 구종 구사율이 패스트볼 71.1%, 슬라이더 22.2%였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패스트볼 25.8%, 슬라이더 60.5%, 스플리터 10.5%다. 변화구 피처가 됐다.
더 자세히 파고 들면 초구와 2구에 거의 변화구를 구사한다. 이게 중요한 변화다. 김 감독은 "배터리코치에게 2S를 잡을 때까지 무조건 변화구 위주로 승부하라고 했다. 패스트볼로 스트라이크를 던져봐야 확률이 떨어지니 1B, 2B로 시작했다. 차라리 변화구 위주로 2S까지 가봐라. 시범경기에 그렇게 해보라고 했다. 투수코치에겐 2S 전까지 고개 흔들지 말고 포수 믿고 해보라고 했다"라고 했다.
결국 김 감독의 발상의 전환이 통했다. 김 감독은 고효준의 변화구 제구가 나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변화구 위주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으니, 2S 이후에는 선택지가 넓어져 자연스럽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
김 감독은 "효준이는 나이에 비하면 구위나 건강이 괜찮다. 항상 제구에 불안요소를 갖고 있던 투수다. 그 부분만 해결되면 젊은 투수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는다. 구위는 20대, 30대 초반 때와 차이가 있어도 여전히 145km를 던지는데 문제 없다. 제구가 안정되니까 엄청난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의 각도, 패스트볼의 구속을 볼 때 왼손타자 상대하기 쉬운 투수는 아니다"라고 했다.
기본적으로 경험이 풍부한 투수다. 고효준은 마음을 열고 김 감독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발상의 전환이 타 구단 타자들에게 접수되더라도 큰 문제 없다. 고효준이 변화구를 1개만 던지는 건 아니고 역으로 패스트볼 위주의 승부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고효준이 발상의 전환을 통해 SSG 불펜의 감초 노릇을 톡톡히 한다.
[고효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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