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그날 세이브 1위 투수는 그저 운이 없었다.
선두 SSG가 뜻밖의 3연패에 빠졌다. 사실 11일 대구 삼성전 역전패의 데미지가 있다. 3-0으로 앞서나갔으나 '타격 1위' 호세 피렐라(삼성)의 멀티홈런에 휘청거린 뒤 연장 10회말에 끝내기 점수를 내줬다.
특히 '배드볼히터' 피렐라의 괴력이 대단했다. 당시 6회 이반 노바의 바깥쪽 커터를 절묘하게 잡아당겨 좌월 솔로포를 만들어냈고, 9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서 바깥쪽 하이패스트볼을 힘 있게 밀어 우월 동점 솔로포를 터트렸다.
피렐라는 특히 김택형에게 만들어낸 동점 솔로포를 두고 "노린 건 아니었고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온 걸 기다렸다"라고 했다. 바깥쪽 높은 코스, 스트라이크와 볼의 경계선으로 들어오는 공이었다. 누가 봐도 홈런을 작심한 듯 철저히 노린 풀스윙이었다.
즉, 김택형의 실투가 아니었다는 의미다. SSG 김원형 감독조차 "피렐라가 잘 친 것이다"라고 했다. 김택형의 뼈 아픈 블론세이브. 오히려 김 감독은 김택형이 이런 경기를 하고 심리적인 데미지가 없어야 강한 마무리로 성장한다고 본다.
최근 김택형은 작년부터 이태양이 선발로 나갈 때마다 블론세이브를 했다며 "오늘 또 블론하면 유니폼 벗고 나오려고 했다"라고 했다. 10일 대구 삼성전(1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이었다. 결국 세이브를 챙겼지만, 경기 후 덕아웃 계단에 걸터앉은 김택형의 얼굴에 십년감수한 표정이 역력했다.
김택형은 오랫동안 제구 기복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작년부터 갑자기 개선되면서 시즌 도중 마무리로 승격됐다. 올 시즌 14개의 세이브(19경기 1패 평균자책점 3.50)로 1위를 달리지만, 아직 경험은 부족하다.
김 감독은 김택형이 얻어맞는 사실 자체를 신경 쓰는 게 아니라 얻어맞고 데미지를 입는 걸 걱정했다. 불펜투수, 특히 마무리라면 경기를 망쳐도 다음날 아무렇지도 않게 훌훌 털어내고 똑같은 상대를 제압하는 담력이 필수다.
김 감독은 "그런 상황이 수십번 온다. 그걸 무서워하고 힘들어하면 안 된다. 경험 없는 투수들은 몇 번 그런 상황이 오면 무서워할 수 있다. 다행히 택형이는 밝은 표정이라 안심이다. 그날 컨디션이 안 좋아서 맞았던 게 아니다. 다음 경기에 괜찮아질 것이다"라고 했다.
[김택형.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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