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8월이 되면 마운드에서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키움 홍원기 감독은 안우진~에릭 요키시~최원태~타일러 에플러~한현희~정찬헌으로 이어지는 6명의 선발투수로 전반기를 운영했다. 그러나 6선발이 아닌 5선발 체제였다. 계속 로테이션 순번을 조금씩 조정해왔다. 한 명씩 차례대로 1군 엔트리에서 빼면서 휴가를 주기도 했다.
그런데 홍원기 감독은 올스타 브레이크 마지막 날, 그리고 삼성과의 후반기 첫 3연전을 앞두고 위와 같이 얘기했다. 8월부터 승부처이니 반드시 2위를 사수하겠다는 의지 표명이었다. 홍 감독의 계획은 2일 고척 SSG전을 통해 선명하게 공개됐다.
이미 징조는 있었다. 전반기에 로테이션을 건너 뛴 선발투수는 1군에 있어도 훈련만 하고 경기에 들어가면 쉬었다. 그러나 홍 감독은 후반기 들어 최원태와 타일러 에플러를 불펜으로 사용했다. 최원태는 후반기 첫 3연전의 특수성이 있었지만, 에플러의 지난달 29~30일 창원 NC전 불펜 기용은 평소와 결이 달랐다. 심지어 에플러는 2일 고척 SSG전서도 구원 등판했다. 한현희까지 불펜으로 나섰다.
에플러가 구원 투수로 완전히 돌아선 건 아닌 듯하다. 단지 홍 감독은 이제부터 돌아가면서 로테이션에서 빠지는 선발투수들을 상황에 따라 구원으로 투입할 방침을 세운 듯하다. 아울러 불펜 1이닝 책임제의 잠정 폐지, 마무리투수 김태훈-이영준 체제를 선언했다.
궁극적으로 이 모든 플랜을 불펜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전반기에는 굳이 그럴 이유가 없었다. 1이닝 책임제가 잘 맞아떨어졌고, 이승호, 문성현, 김재웅, 하영민 등 뉴 페이스들이 기대이상의 퍼포먼스를 펼쳤다.
그러나 전반기 막판부터 키움 불펜의 균열은 심화됐다. 선동열급 평균자책점을 자랑하던 김재웅이 전의산에게 결정적 한 방을 맞더니, 후반기 들어 마무리 문성현과 이승호가 동시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2일 경기 포함 최근 4연패도 불펜 불안이 컸다.
키움은 타선의 생산력이 리그에서 가장 약하다. 이건 어쩔 수 없다. 박병호(KT), 박동원(KIA)의 이적 등의 영향으로 멤버구성의 한계가 분명히 있다. 야시엘 푸이그가 극적으로 부활해도 이정후-푸이그 의존도만 높아질 구조다.
그래서 마운드와 디펜스의 힘이 중요한 팀이다. 전반기에 예상을 깨고 2위에 오른 원동력이다. 그런데 마운드의 경우 선발진은 수준급이지만 불펜은 이름값, 경험이 아킬레스건이다. 이제 그 현실, 부작용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고 봐야 한다. 홍 감독도 이런 부분을 예상하고 ‘8월 변화’를 암시했다고 봐야 한다. 어떻게 보면 독한야구다.
8월의 시작과 함께 마운드 운영법을 상당히 개편했지만, 결과적으로 첫 경기서 또 불펜 불안으로 무너졌다. 9회 재역전패는 유격수 김주형의 ‘알까기’ 실책이 결정적이었지만, 이영준의 위력이 생각보다 빼어나지 않았다는 게 홍 감독의 고민을 유발하는 지점이다.
결국 조상우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이제까지 조상우 없이 이렇게 저렇게 엄청나게 잘 버텨왔다고 봐야 한다. 개개인의 애버리지가 검증되지 않은 불펜 투수들이 전반기에 너무 잘 했으니. 주춤한 건 자연스럽다. 애버리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구조적으로 파고 들면, 키움 불펜에는 150km 이상의 압도적인 공을 뿌리는 투수가 없다. 조상우도 지난 시즌 구속이 140km대 후반까지 떨어지긴 했다. 그래도 마음을 먹으면 150km대 초반의 공을 뿌린다. 기본적으로 타자들을 힘으로 누를 수 있는 투수다. 키움이 가을에 선전했던 2018~2019년 마운드의 중심에 조상우가 있었다. 부질 없는 가정이지만, 현재 키움 불펜에서 조상우만 있어도 완성도가 확 달라지는 건 팩트다.
그러나 조상우는 내년까지 키움에 없다. 사화복무요원으로 활동 중이다. 단, 플랜B로 전환한 홍원기 감독의 마운드 운영의 성패를 단기간에 평가하는 것도 어렵다. 일단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키움이 2위 사수에 최대 위기를 맞이한 건 확실하다.
[조상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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