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우리 팀에 들어오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은퇴 파동, FA 미아 등 두산, 롯데 시절 온갖 시련과 풍파를 겪어본 38세 베테랑 투수. 그에게 시즌 중 선발투수에서 불펜투수로의 보직 변경은 아주 쉬운 일이었다. SSG 노경은(38)이 불펜투수로도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노경은은 2일 고척 키움전서 2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구원승을 따냈다. 후반기 5경기 모두 구원 등판해 2승2홀드 평균자책점 제로다. 박종훈과 숀 모리만도의 선발진 가세로 후반기 들어 불펜으로 전환했고, 문승원, 오원석과 함께 SSG 마운드에 엄청난 시너지를 안긴다.
기존 마무리 서진용과 김택형-서동민 필승계투조의 안정감은 아무래도 살짝 떨어졌다. 선두 SSG의 유일한 아킬레스건이었다. 그러나 ‘120억원 재활듀오’ 문승원과 박종훈이 돌아오면서, SSG 마운드가 완전히 업그레이드 됐다.
노경은, 오원석, 문승원 모두 선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멀티이닝을 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설령 2~3이닝을 던져도 서로 돌아가며 대기할 수 있다. 그래서 등판 간격도 충분히 가질 수 있다. 노경은은 후반기 5경기 중 3경기서 2이닝을 소화했으나 최소 1~2일의 휴식일을 보장 받았다.
사실 불펜에서 선발로 가면 투구수를 늘리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선발에서 불펜으로 가면 적응의 부작용은 거의 없다. 또한, 대체로 팀에서 기량이 좋은 투수가 선발투수를 맡기 때문에, 불펜 적응도 어렵지 않게 해낸다.
김원형 감독도 ‘선발 출신’ 불펜 3인방의 성공을 자신했다. 김 감독은 “완전히 제구로 승부를 보는 투수라면 몰라도, 140km 이상 뿌리는 선발투수라면 불펜에서도 잘 할 수 있다. 1이닝을 전력투구하면 스피드도 1~2km 정도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 경은이의 경우 올 시즌 구속도 잘 나오고 제구도 뒷받침되며, 경험이 많고 타자와 싸울 줄 아는 능력이 있다”라고 했다.
흥미로운 건 노경은은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겪어본 베테랑답게 이 상황을 여유 있게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사실 전반기 부상 이전에 선발투수로 잘 나갔을 때 “어차피 선발 풀타임은 생각 안 한다”라고 했다. 문승원과 박종훈의 재활 등 SSG와 계약할 때부터 팀 사정을 알고 있었다.
때문에 시즌을 준비하면서 선발과 불펜 모두 염두에 뒀다. 사실 작년 가을 테스트를 받고 입단한 투수였으니, 어쩌면 보직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작년에 비해 확연히 좋은 성적(13경기 7승3패2홀드 평균자책점 2.81) 자체로 이미 성공적인 시즌이다.
노경은은 지난달 31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내가 중간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 감독님이 주문한대로 중간에서 중요한 상황에 던질 수 있도록 컨디션 조절에 중점을 뒀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후반기 불펜행)이 팀에 들어오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것에 대해서 전혀 그런 건(불만) 없다”라고 했다.
전반기에 환상적 시즌을 보냈기 때문에, 후회 없이 불펜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노경은은 “전반기에 선발로 나가면서 낸 성적에 만족한다. 만족했기 때문에 중간으로 넘어가도 마음이 편했다. 전반기 선발이 1차 관문이었다면, 후반기 불펜이 2차, 마지막 관문이다. 중간에서도 내 몫을 해내면 올 시즌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마치 야구에 해탈한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시즌 도중 보직 변경이 쉬운 건 절대 아니다. 어쨌든 노경은은 불펜 경험도 풍부하기 때문에 적응이 쉬웠다. “불펜에서도 구속 변화를 주고 강약 조절을 똑같이 한다. 그래도 중간투수는 힘 빼지 말고 던지라고 하는데, 강약조절이 힘들기는 하다”라고 했다.
단, 마음을 편안하게 먹는다. 노경은은 “나는 15년 넘게 중간에서 추격조, 롱릴리프를 많이 해봤다. 중간에서 던지는 게 생소하지가 않다. 중간에 오니 심적으로 편안하다. 오늘 못 던지면 내일 다시 만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라고 했다.
[노경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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