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8년 전 이승엽도 폭탄타순에서 부활했다.
이승엽 최강야구 몬스터즈 감독은 2013년에 111경기서 타율 0.253 13홈런 69타점 62득점에 그쳤다. 친정 삼성 유턴 이후 두 번째 시즌. 1995년 데뷔 후 가장 낮은 타율이었으며, 1996년(9홈런) 이후 17년만에 20홈런을 넘기지 못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만 37세. 본격적으로 노쇠화라는 단어가 나오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그러나 모두 알고 있듯 2014시즌에 보란 듯이 재기했다. 127경기서 타율 0.308 32홈런 101타점 83득점했다. 이후 마지막 시즌이던 2017년까지 타율 0.332-0.303-0.280, 홈런 26개-27개-24개를 때렸다.
30홈런은 2014시즌이 마지막이었지만, 은퇴 시즌까지 최소 20홈런을 보장한, 진정한 홈런타자이자 국민타자였다. 만 40~41세 시즌에 저 정도 성적을 내는 건 절대 쉽지 않다. 이후 40대에 은퇴한 타자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승엽의 2014시즌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타순이었다. 이승엽은 2012년 복귀 후 2013년까지도 시그니처 타순, 3번에 가장 많이 들어섰다. 고정타순을 선호하는 류중일 전 감독이 이승엽을 3번으로 기용하는 건 당연했다.
그러나 류 전 감독은 2013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이승엽의 6번 기용 가능성을 언급했다. 실제 두산과 1~7차전 내내 6번으로 나선 건 아니었다. 그러나 최종 7차전 등 실제로 ‘이승엽=6번 타자’는 성사됐다.
이때 등장한 논리가 ‘폭탄타순’이었다. 3~5번 타자들이 활발하게 출루하고 해결하면, 6번 타순에 의외로 찬스가 많이 걸린다는 류 전 감독의 설명이 있었다. 6번 타자가 잘 하는 팀이 득점력이 높고 강팀이라고 얘기했다. 실제 이승엽은 2014년과 2015년 내내 5~6번 타순을 오갔다. 그리고 6번에 들어간 비중이 좀 더 높았다.
이승엽이 2014년에 부활한 게 100% 6번 타순으로 옮긴 덕분이라고 할 수 없겠지만, 영향이 어느 정도 있었다고 봐야 한다. 아무래도 3~5번 클린업트리오보다 부담감은 조금 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 삼성 타선은 이승엽을 6번으로 써도 될 정도로 역대급이었다. (2016년부터 박석민, 채태인, 최형우가 차례로 떠나면서 중심타선 ‘강제’ 컴백)
시계를 2022년으로 되돌려놓자. KIA 김종국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최형우의 중심타선 기용을 언급했다. 공교롭게도 본인은 김 감독 취임식에서 6번 타순을 원한다고 했다. 그런데 실제 최형우의 6번 기용이 성사됐다.
황대인의 포텐셜이 터졌다. 소크라테스가 5월부터 리그 최고타자가 됐다. 나성범은 나성범답게 꾸준하다. 나성범~황대인~소크라테스 브리토 클린업트리오(물론 타순은 은근히 자주 바뀌었다)가 본 궤도에 오르면서 최형우가 자연스럽게 6번에서 후배들을 뒷받침하는 그림이 그려졌다, 실제 KIA 타선이 가장 잘 나간 6월에 최형우가 거의 6번 타순에 들어갔다.
소크라테스가 코뼈 부상으로 빠진 7월에 최형우가 다시 5번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가 2일 대전 한화전서 돌아오자 최형우도 6번 타자로 돌아갔다. 그리고 최형우는 8월 첫 주를 아주 성공적으로 보냈다.
지난 1년 반의 부진을 씻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안겼다. 8월 5경기서 19타수 9안타 타율 0.474 3타점 1득점, 후반기 13경기서 50타수 17안타 타율 0.340 1홈런 10타점 6득점. 표본은 적지만 요즘 최형우의 방망이는 확실히 경쾌하다.
최형우도 만 39세다. 그래프가 꺾이는 건 어쩌면 자연스럽다. 최형우와 이승엽을 직접 비교하는 건 무리지만, 30대 후반~40대 초반 타자의 부활이 불가능한 건 전혀 아니다. 최형우보다 1살 많은 이대호(롯데)는 현역 마지막 시즌인데 예전보다 더 잘한다.
흥미로운 건 이승엽이 폭탄타순에서 부활할 때, 삼성 부동의 4번 타자가 ‘젊고 팔팔한’ 최형우였다는 점이다. 최형우는 이승엽의 부진과 부활을 바로 옆에서 본 후배였다. 세월이 흘러 최형우가 KIA에서 이승엽처럼 정신적 지주가 됐다. 여전히 KIA 사람들과 선수들은 최형우를 믿는다.
최형우가 8년 전 이승엽처럼 폭탄타순에서 부활할 수 있을까. 후반기, 8월 표본만 놓고 보면 희망이 보인다. 최형우가 김종국 감독 취임식에서 6번 타자를 얘기했던 건, 혹시 이승엽 케이스를 기억했기 때문일까.
분명한 건 그 시절 이승엽처럼, 올해 최형우도 후배들을 뒷받침해 뉴 타이거즈의 해피엔딩에 힘을 보태고 싶어하다는 점이다. 나성범은 믿음직하고 테스형은 날카롭고 황대인은 묵직하다. 캡틴 김선빈도 든든하다. 그러나 KIA 타선의 마침표는 최형우가 찍을 때 묘한 여운이 남는다. 야구는 팬들에게 감동을 줄 때 가치가 커진다. KIA 팬들은 최형우의 부활을 진심으로 바란다.
[최형우, 최형우와 이승엽(맨 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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