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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2001년생 천재 미국 가수가 태극기를 펼쳐보이자, 고척돔이 함성으로 뒤흔들렸다.
무덥고 습한 날씨였지만, 15일 오후 8시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는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6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를 보러온 2만 관객이 운집했다. 배우 정호연, 이동휘 커플도 이날 2만 관객 중 하나였다.
그리고 빌리 아일리시는 천재 그 자체였다. 'Dead or Alive'라고 적힌 검정색 오버사이즈 티셔츠를 입고 등장한 빌리 아일리시는 스스로 "내 오빠이자 최고의 친구"라고 칭한 친오빠 피니어스와 완벽한 호흡으로, 약 1시간 30분 동안 자신의 음악세계에 관객들을 집어넣고 뒤흔들었다.
그야말로 뒤흔들었다. 'bury a friend'를 시작으로 'I Didn't Change My Number', 'NDA', 'Therefore I Am', 'my strange addiction', 'idontwannabeyouanymore', 'lovely', 'you should see me in a crown' 등 직접 마주한 빌리 아일리시의 세계는 훨씬 음산하고 기괴했으며, 아름다우면서 슬펐다. 'Billie Bossa Nova'에선 관능미를 뿜어내다가 돌연 'Your Power'에선 애달프게 무대를 물들이는 광경 탓에 2001년생이란 빌리 아일리시의 나이를 재차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까다롭고 콧대 높기로 유명한 그래미에서 무려 7회 수상이란 업적을 세운 건 허투러 얻은 경력이 아니었다. 돌출 무대 중앙을 기어가는 퍼포먼스는 가히 예술적이었고, 2만 관객들의 떼창을 유도하고 "더 크게" 부르라고 재촉하는 자신감에선 빌리 아일리시란 명성에 걸맞은 여유까지 느껴져 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특히 짧은 공연 시간은 빌리 아일리시 스스로 쉬지도 않고 공연을 몰아친 까닭이 컸는데, 본인만 그런 게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쉴 틈을 전혀 주지 않았다. 'Oxytocin'에선 하도 점프하라고 몰아붙인 탓에 열광하는 2만 관객의 발 구름에 고척돔이 들썩거릴 지경이었다.
물론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노래 'bad guy'도 공연 말미 하이라이트였으나, 단연 감동적이었던 건 'when the party's over'였다. 관객들을 모두 숨죽이게 한 빌리 아일리시의 애달픈 목소리에 빌리 아일리시의 검은 눈물이 오버랩되며 울컥하는 감동까지 안긴 것이다.
이날 빌리 아일리시가 공연 도중 펼친 태극기는 한 관객에게 건네 받아 즉석에서 이뤄진 퍼포먼스였다. 4년 만에 내한했다는 빌리 아일리시는 이따금 관객들에게 말을 건넬 때는 고맙고, 사랑하고, 귀엽다며 애정어린 멘트를 아끼지 않았는데, 한국 관객들을 보며 환하게 웃을 때는 영락없는 스물한 살의 앳된 얼굴이었다.
한편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는 빌리 아일리시의 공연을 개최하며 2년 7개월 만에 재개됐다. 빌리 아일리시가 스물여섯 번째 주인공이다.
그간 일디보(Il Divo), 비욘세(Beyonce), 크렉 데이빗(Craig David), 빌리 조엘(Billy Joel), 그린데이(Green Day), 어셔(Usher), 에미넴(Eminem),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Chicago Symphony Orchestra),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콜드플레이(Coldplay), 샘 스미스(Sam Smith),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퀸(QUEEN) 등이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를 통해 한국 관객들을 만났다.
[사진 = 현대카드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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