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급기야 야간 특타까지…
지난 17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 KIA가 SSG에 극적인 4-3 승리를 거둔 직후였다. 짜릿한 승리의 기쁨을 만끽한 관중이 하나, 둘 떠나고, 그라운드의 불빛 역시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그 무렵, 반바지에 민소매 차림의 건장한 두 남자가 타석으로 터벅터벅 걸어 들어갔다.
경기진행요원들이 배팅 케이지를 다시 설치했고, 말없이 배팅볼을 던지기 시작했다. 어느새 이범호, 최희섭 타격코치가 바로 뒤에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한 남자가 타석에 들어서면, 또 다른 남자는 이 코치 혹은 최 코치와 계속 스킨십을 했다.
타격에 대한 ‘몸의 대화’였다. 특히 이 코치가 직접 자세까지 취하며 열정적으로 피드백을 줬다. 그렇게 두 남자는 약 2~30분간 타격연습을 소화한 뒤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그제서야 챔피언스필드에 불빛이 완전히 사라졌다.
KIA 주전 1루수 황대인과 주전 좌익수 이창진이었다. 두 사람에게 8월은 악몽 그 자체다. 심각한 슬럼프다. 18일 광주 NC전서 이창진이 2안타, 황대인이 1안타를 날렸다. 그러나 이들이 어둠의 터널에서 빠져나왔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황대인은 8월 11경기서 42타수 6안타 타율 0.143 1타점 1득점이다. 후반기 20경기서 79타수 20안타 타율 0.253 1홈런 13타점 6득점. 안 좋은 흐름이 꽤 오래 간다. 풀타임 1루수 첫 시즌을 맞아 기복이 심하다. 어쩔 수 없는 성장통이다. 김종국 감독도 각오한 시간이다.
이창진은 7월 MVP였다. 후반기 84타수 26안타 타율 0.310 1홈런 10타점 21득점으로 좋다. 그러나 8월이 너무 안 좋다. 43타수 6안타 타율 0.140 1홈런 3타점 9득점. 역시 사실상 첫 풀타임 주전이라 굴곡진 행보를 보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18일 NC전 2안타로 터닝포인트를 잡을 계기를 마련했다.
이창진의 7월은 말할 것도 없고, 타율 0.312 7홈런 31타점을 생산한 황대인의 5월도 이유 없는 폭발이 아니었다. 이창진은 김태균 KBS N 해설위원과 흡사한 몸통회전을 장착했다. 황대인은 레그 킥의 폭을 적절히 달리하면서 좋은 감각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게 한 시즌을 버틸 수 있는 확실한 비기는 아니라는 게 8월에 증명됐다. 오죽했으면 경기 후 야간특타를 자청했을까. KIA 관계자에 따르면 야간특타는 전임 감독 시절에 있었고, 김종국 감독이 부임한 올 시즌에는 거의 없었다.
경기 후 2~30분 타격연습을 더 한다고 해서 갑자기 이들의 타격감이 살아나는 건 아니다. 기술의 향상은 양이 아닌 효율이 결정한다. 다만, 답답함을 풀어내고자 하는 황대인과 이창진의 심정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미 그들의 길을 지나온 이범호, 최희섭 타격코치는 훌륭한 도우미다. 더 많이 대화하고, 부딪히는 과정에서 새로운 길이 나올 수 있다. 황대인과 이창진의 타격 그래프는 시즌 막판 KIA의 5위 사수 행보에도 아주 중요한 요소다.
[황대인과 이창진의 경기 후 특타. 사진 = 광주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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