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두산을 상대로 749일 동안 승리가 없는 투수가 있다.
바로 키움의 최원태다. 최원태는 2015년 키움 히어로즈의 1차 지명 선수로 이듬해부터 꾸준한 출전 기회를 받으며 통산 162경기 856이닝 60승 44패 평균자책점 4.36을 기록하고 있는 키움에 없어서는 안 될 국내 선발투수다.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돌기 시작한 최원태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했고 2018년에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으로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이런 화려한 경력의 선발투수가 두산을 만나면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독한 '두산 징크스'의 시작은 지난 2020년 7월 30일 경기 이후부터 시작됐다. 5이닝 5실점 부진한 투구였지만 승리투수가 된 최원태는 이날 이후 무려 749일 동안 두산전 승리가 없다.
지난 시즌에는 두산을 상대로 좋은 투구를 선보였지만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2경기에서 10 1/3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2.61의 빼어난 피칭을 했지만 승리 없이 1패만 기록했다.
올 시즌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4번의 등판을 하는 동안 승리 없이 4패만 기록했다. 최원태는 이런 '두산 징크스'를 깨기 위해 경기 초반부터 전력투구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야수들이 돕지 않았다. 6회까지 강승호에게 맞은 솔로홈런을 제외하면 완벽하게 던졌던 최원태였지만 야수들의 실책성 수비에는 더 이상은 버틸 힘이 없었다.
두산이 2-1로 리드하던 7회말 무사 1.2루에서 정수빈의 번트 실패로 두산의 흐름이 끊기는듯했다. 하지만 후속 타자 김대한이 좌중간에 떨어지는 2루타로 2루 주자 박세혁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기록은 2루타였지만 사실상 좌익수 김준완의 실책이라고 봐도 무방한 타구였다. 김준완은 낙구 지점까지 잘 따라갔고 무난히 공을 잡을 줄 알았다. 하지만 글러브를 정확히 갖다 대지 못하며 타구가 글러브에 들어갔다가 나왔다.
최원태는 무난히 잡았다고 생각했고 고개를 돌렸지만 어이없는 실책성 수비에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외야를 계속해서 봤다. 더 이상 투구가 힘들다고 판단한 키움 벤치는 이때 최원태를 교체했다. 김준완은 자신의 수비 때문에 '두산 징크스'를 깨지 못한 최원태에게 너무 미안했고 자리에 주저앉아 괴로워했다.
결국 키움은 7회 빅이닝을 내주며 2-10으로 완패했다. 최원태는 6⅓이닝 6피안타 3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749일 만에 두산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야수들의 집중력 차이가 승패를 갈랐다. 키움은 두산과 똑같이 10개의 안타를 기록했지만 2득점에 그쳤고 3연패에 빠졌다.
7회 수비가 너무 아쉬웠던 최원태는 야구장을 떠나는 순간에도 두산 선수들을 보며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1승이 이렇게 힘들구나'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이었다.
[두산을 상대로 749일 동안 승리가 없는 키움 최원태.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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