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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1일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를 방문해 제5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민생안정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회의 종료 후 하나로마트 추석 성수품 판매 현장을 방문해 축산물, 과일, 채소 등의 수급 상황과 가격 동향을 점검했다. /YTN 방송화면 캡처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윤석열 대통령이 촉발한 연녹색의 ‘아오리사과 논쟁’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아오리사과를 든 채 “이게 빨개지는 거냐”고 질문하는 윤 대통령의 모습이 공개되자 민생과 동떨어진 발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반면 자신도 아오리사과는 본래 초록색을 띠는 사과 품종이라 빨갛게 되는 줄 몰랐다며 윤 대통령에게서 소탈한 인간미를 느꼈다는 누리꾼들도 있었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아오리사과 관련 발언은 YTN이 지난 17일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영상에 등장했다. ‘응원 또는 질책’이라는 제목의 영상에는 윤 대통령이 민생안정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에 직접 방문한 모습이 담겼다.
영상에서 윤 대통령은 과일 진열대를 둘러보던 중 조생종인 아오리사과를 발견한다. 윤 대통령은 아오리사과를 가리키며 궁금한 듯 “이거는 뭐야?” “당도가 좀 떨어지는 건가?” “이게 빨개지는 거예요?”라고 재차 질문했다. 안내하던 마트 관계자가 “아오리사과”라며 “오래 놔두면 빨개진다”고 말하자 윤 대통령은 “아~”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오리사과”라고 되뇌었다.
영상이 공개된 뒤 온라인에서는 윤 대통령의 아오리사과 발언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아오리사과를 설마 처음 보는 것이냐” “사과가 익으면 빨개지는 게 당연하지 않으냐”며 서민의 삶과 동떨어진 발언이라는 성토글이 이어졌다.
이에 맞서 아오리사과가 ‘여름 풋사과’로 대표되는 만큼 본래 싱그러운 초록색을 띠는 것으로 오해할 여지가 있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같은 견해를 제시한 누리꾼들은 “아오리사과는 원래 초록색 아니냐” “아오리사과도 익으면 빨갛게 되는 줄 처음 알았다” “아오리사과가 안 익은 사과였구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아오리사과는 초록색을 띠는 풋사과의 대명사로 인식된다. 하지만 아오리사과 역시 보통 사과와 마찬가지로 완전히 익으면 엷은 붉은 빛을 낸다. 제대로 익는 시기는 8월 하순에서 9월 상순경이다.
그런데도 미성숙 상태에서 출하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국내 재배지 기후, 지형적 특성과 유통상 편의 때문이다.
윤태명 경북대 원예과학과 교수는 “여름 기후가 서늘하고, 해발 500m 이상 되는 곳이 아오리사과 재배 최적의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지역에서는 8월 중순이면 붉은색을 띤다. 하지만 우리나라 남부나 중부 평야 지역 재배지에서 색깔이 붉게 될 정도까지 두면 시기도 늦어지고, 수확 전에 잘 떨어져 버린다”며 “그래서 미성숙 상태더라도 비교적 당도가 올랐고 청량감이 있을 때 그냥 출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오리사과가 성숙한 상태에서 출하하면 맛은 좋지만 유통 과정에서 손실이 생길 가능성이 커져 납품가는 떨어진다는 얘기다. 농장에서 성숙 시기보다 한 달 가량 앞당겨 출하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권순일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소 농업연구관은 “아오리사과의 생리적인 성숙 시기는 8월 하순에서 9월 초로 이때가 가장 맛이 좋다”며 “하지만 여름 사과 특성상 저장 기간이 짧으므로 7월 중순부터 빨리 출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통업자 입장에선 빨갛게 익는 성숙한 사과를 사들이면 그만큼 손실이 많이 나니, 덜 익은 상태에서 매입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농가에서는 제철보다 빨리 출시하려는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권 연구관은 “‘여름 첫 사과’라는 상징성이 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선 ‘첫 사과 이벤트’도 많이 해 일부 농가에서 과도하게 빨리 출하하기도 한다”며 “일반적으로 아오리사과가 시장에 나가는 시기는 7월 중순부터다. 이때가 납품가가 가장 높고, 8월 중순쯤 되면 가격이 많이 내려간다”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민생 현장을 살피러 간 윤 대통령이 풋사과도 모르냐는 취지의 비판을 내놓지만, 아오리사과는 풋사과와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풋사과는 먹기에 적합지 않은 미성숙 상태의 사과를 총칭하는 것이고, 아오리사과는 품종 중 하나일 뿐이다.
윤 교수는 “시중에 유통되는 빨간 사과는 전분이 당으로 바뀌어 당도가 높고 과즙이 많고 육즙이 부드러운 상태”라며 “풋사과는 이 단계까지 오기 전, 생으로 먹을 수 없는 사과”라고 설명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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