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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 /유튜브 YTN뉴스 방송화면 캡처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문재인 정부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정부의 집중 지원을 받고 주가 역시 고공행진 했던 셀트리온이 새 정부 들어 존재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과 각별한 호흡을 보여줬던 서정진(65) 셀트리온 명예회장은 경영과 산업 일선에서 동선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새 정부가 발표한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방안의 일환으로 삼성과 SK 등 주요 기업들이 조단위의 투자계획을 잇따라 발표했지만 셀트리온은 여기서도 빠졌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작년초 경영 일선에서 공식 퇴임을 선언한 뒤 외부 행사에 가끔 모습을 드러낼 뿐 특별한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디지털타임스에 따르면 서 회장은 문재인 정부와 '찰떡 호흡'을 자랑했다. 서 회장과 지난 정부의 인연은 2017년 12월 문재인 전 대통령 중국 방문 동행 경제인에 포함되면서 시작됐다.
이어 2019년 1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문 전 대통령과 서 회장은 직접 대화를 나누며 친분을 보여줬다.
같은 해 5월에는 문 전 대통령이 참석한 '바이오헬스 국가비전 선포식'에서 서 회장이 충북 오송에 5조원을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문 전 대통령은 바이오헬스 분야를 3대 전략 산업으로 선정해서 집중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게다가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되면서 셀트리온은 K-방역의 대표주자로 집중 조명을 받았다. 서 회장은 코로나 발발 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진단 검사를 진행해 코로나19 환자를 조기발견하고 항체를 투여하면 2021년 봄이 오기 전 우리나라가 코로나 청정 국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2020년 10월 셀트리온을 방문해 "국내 기업이 강력한 치료제를 조기에 대량 생산하면 코로나19를 조기에 종식하고 세계 최초의 코로나19 청정국이 될 것"이라며 힘을 실어줬다.
같은 달 문 전 대통령이 경기 성남의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소를 방문해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관련 현장간담회를 가졌을 때도 서 회장이 참석해 국산 치료제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는 셀트리온의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 개발에 520억원을 무상지원했다.
이는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 기업 중 가장 많은 지원규모다. 치료제 임상·허가과정도 패스트트랙으로 진행됐다. 식약처는 렉키로나 개발 초기부터 허가신청까지 임상 과정을 밀착 자문하는 동시에 임상 2상 기간을 1년 내로 단축시켰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셀트리온에 과도한 지원을 몰아줬다는 특혜 시비도 발생했다. 또 렉키로나 효과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도 2021년 2월 5일 조건부허가를 내줬고 9월에는 정식 품목허가를 해줬다.
지난해 기대 속에 출시된 렉키로나는 초기에 반짝 주목을 받았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매출을 기록한 후 사실상 폐기된 상태다.
현재 우세종으로 자리 잡은 코로나19 변이종에 별다른 효능이 없다고 분석됐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은 렉키로나 공급 중단을 결정했고, 회사 자체적으로도 최근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잠정 중단했다.
서 회장의 장밋빛 발언 후 셀트리온 주가는 거침없이 상승해 2020년 12월 7일 39만6240원까지 올랐다가 이후 추락했다.
문재인 정부와 서 회장의 약속을 믿은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었고, 사실상 폐기된 렉키로나에 국민 세금만 낭비한 셈이다.
제약업계와 증권업계에서는 "서 회장이 팬데믹을 기회로 삼아 치료제 정치를 펼쳤다"며 "감사원에서 코로나 백신수급에 대해 감사를 벌인다고 하는데,치료제에 대한 부분도 포함해 감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바이오 벤처기업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 백신 도입 결정을 늦게 해 국민들의 비판을 받자 치료제로 반전을 삼으려 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며 "정부는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기업은 정부 지원을 받고 주가까지 오른 효과를 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충북 청주 출신의 서 회장은 문재인 정부의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동향 동갑나기로 알려져 있다.또다른 바이오기업 대표는 "전 정부가 애초에 백신 도입 결정을 늦게 한 것이 무작정 치료제에 기대를 걸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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