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윤욱재 기자] 152km 묵직한 직구에 141km까지 나온 고속 슬라이더, 그리고 상대 간판타자를 현혹하게 만든 커브까지.
두산과 KIA의 경기가 열린 27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사실 상대팀 감독도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었다. 김종국 KIA 감독은 경기 전 "곽빈이 최근에 좋은 투구를 하고 있다. 득점을 많이 해야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이날 두산 선발투수로 나오는 곽빈의 최근 호투 행진을 언급했다.
과연 곽빈은 호랑이 타선을 상대로 어떤 투구를 보여줬을까. 결과부터 말하자면 7이닝 5피안타 1실점 호투였다. 최고 구속 152km까지 나온 강속구를 앞세워 삼진 6개를 잡으면서 사사구는 1개도 허용하지 않았다. 무결점 투구였다.
경기 후 곽빈은 "구위가 괜찮았는데 KIA 타자들이 잘 커트하더라. 맞더라도 빨리 승부하자고 생각해 초구부터 빠르게 카운트를 잡으려고 노력했던 것이 주효했다. (박)세혁이 형에게 정말 고맙다. 사인을 내면서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더 신뢰를 하게 됐다. (정)철원이도 고맙다"라고 이날 경기를 돌아봤다. 박세혁은 곽빈과 환상의 배터리 호흡을 자랑했고 귀중한 결승타로 곽빈의 승리를 도왔다. 정철원은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곽빈의 승리를 지켜줬다. 곽빈이 시즌 5승째를 달성하는데 가장 많은 도움을 준 두 사람이다.
이날 곽빈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장면은 6회말 1사 2루 위기에서 나성범을 커브 2개로 삼진 처리한 것이었다. 곽빈은 "커브는 신인 때부터 자신 있었다. 전반기 때는 낙차가 크지 않아 위에서 아래로 떨어뜨리는 느낌을 찾으려 했는데 그 감을 찾았다. 결정구로 던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투구 내용에 비해 승운이 따르지 않는 편이지만 이미 승리에 대해 연연하는 마음은 사라진지 오래다. "작년에는 승리에 목말라 있었다. 올해는 마인드가 바뀌었다. 내가 승리투수가 되지 않더라도 팀이 이기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라는 곽빈은 남은 시즌 목표로도 "앞으로도 내가 던지는 경기에서 승리투수가 안 되더라도 팀이 이겼으면 좋겠다. 다치지 않고 시즌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층 성숙해진 그의 마인드는 한층 나아진 투구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지금 국내 우완투수 중에서는 안우진 다음으로 가장 좋을 것"이라고 '폭풍 칭찬'을 한 김태형 두산 감독의 말에서도 곽빈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곽빈은 "내가 (안)우진이 다음은 아닌 것 같다. 차이가 많이 난다. 아직 그 정도 레벨이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우진이와 자주 연락하는데 좋은 투수라서 많은 것을 물어본다. 다만 감독님께서 인정해주신 것은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본인은 "안우진 다음이다"라는 평가에 손사래를 쳤지만 사실 최근 투구 내용을 보면 사양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요즘 두산은 위기다. 이날 KIA전에서도 곽빈이 호투했지만 2-1로 겨우 승리를 따낼 정도였다. 그래도 곽빈의 성장을 보면 흐뭇하기 그지 없다. 과연 곽빈이 남은 시즌 동안 얼마나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를 모은다.
[곽빈.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