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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이미지 사진 = AFPBBNews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직장 상사에게 무거운 쇠파이프를 옮기라고 강요받고, 성희롱을 당하다가 극단적 선택에 이른 여성 건설노동자가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근로복지공단이 직장내 괴롭힘과 성희롱으로 인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매일노동뉴스를 인용한 MBN 보도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 포항지사는 지난 18일 경북 포항의 여성 건설노동자 김 씨(48) 유족의 유족급여와 장의비 청구를 승인했다.
공단 대구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고인의 사망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에 따른 업무상 질병에 의한 사망으로 인정된다"고 판정했다.
유족측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해 4월 포스코 하청업체인 D사에 입사해 포항제철소에서 불티 확산을 방지하는 일용직 '화재감시원'으로 일했다. 6명의 현장노동자 중 여성은 김 씨뿐이었다. 휴게공간인 컨테이너는 남녀 공용으로 사용해 업무나 휴식 때 함께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입사가 열흘쯤 지났을 무렵, 본격적인 괴롭힘이 시작됐다고 한다. 회사 안전과장인 B씨는 김 씨에게 "야, 너, 어이" 등으로 하대하고 "심심하면 배관 자재 짜투리 좀 치우지" 등의 반말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는 성희롱도 이어졌다. B씨는 그해 6월께 불티 방지포를 꿰매는 보수작업을 하면서 "여자들은 구멍을 못 찾는다"는 식의 성희롱 발언을 들어야 했다.
뿐만 아니라 김 씨는 B씨와 공사부장 C씨의 지시를 받아 김 씨는 40킬로그램에 이르는 용접 잔재물과 쇠파이프 100여개를 나르는 등, 고강도의 육체노동을 반복해야 했고 결국 요통과 손목 통증이 생겨 10년간 받지 않았던 물리치료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직장내 괴롭힘을 견디지 못한 김 씨는 공사 종료 2~3일 전인 지난해 6월10일 출근해 현장반장에게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전하고, 건설노조측에 피해를 제보했다. 하지만 가해자들은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김 씨를 나무랐고, 이에 김 씨는 그날 귀가 후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족은 "부당한 업무지시로 인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으로 김씨가 숨졌다"며 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습니다. 질병판정위는 만장일치로 김 씨 사망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했다.
공단은 "고인은 함께 일하는 안전과장 등 남직원들에게 부당한 업무를 지시받고 인격모독적 언행 등으로 지속해서 고통받아 온 사실이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직장 상사들이 김씨가 감당하기 어려운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안겨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사고 이후 고용노동부는 직장내 괴롭힘 사실을 인정하고 사업장에 과태료를 부과했다. B씨와 C씨가 직장내 괴롭힘을 인지하고도 무마하려 했다고도 결론 내렸다. 하지만 경찰 측은 이들을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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