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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사진 = SNS 캡처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 중학생 A양은 아이돌 상품(굿즈)을 사기 위해 지난달 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불법 대출업자와 접촉해 8만원을 빌렸다고 한다.
파이낸셜뉴스에 따르면 '대리입금'을 한다고 소개한 업자는 전화번호, 사는 곳, 학생증 등을 인증하면 돈을 빌려줬다. 일주일 내 이자 3만원을 포함한 11만원을 갚아야 했지만 제때 돈을 구하지 못했다.
그 사이 A양은 업자에게 하루에 수십통씩 전화를 받았다. "당장 안 갚으면 블랙리스트로 올리겠다"는 협박이다. A양은 열흘이 지나 지각비 3만원을 더해 14만원을 갚겠다고 했지만 업자는 '지각비의 지각비'까지 요구했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소액을 빌려준 뒤 수천배에 달하는 이자를 요구하는 소위 '대리입금'으로 인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대리입금 명목으로 개인 정보 제공을 강요해 2차 피해로 이어지고 있어 청소년들의 경제 관념 정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배보다 배꼽이 큰 '대리입금'
6일 금융감독원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불법사금융 피해 상담·신고 건수는 9238건으로 전년(7351건) 대비 25.7% 늘어났다. 지난해 피해 유형으로는 ▲고금리 2255건 ▲대부광고 1732건 등으로 고금리 대출로 인한 어려움이 다수였다.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불법 고금리 대출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10만원 이하의 소액을 초고금리로 단기간에 빌리는 일명 '대리입금' 때문이다.
대리입금 업자들은 SNS를 통해 청소년을 상대로 아이돌 상품이나 게임 아이템 등을 살 돈을 빌려준 뒤 수고비(이자)와 지각비(연체료)를 받는다.
업자 대부분은 10만원 내외의 소액을 단기간(2~7일) 동안 빌려준다. 원금의 20~50% 상당을 이자로 받고 상환일을 어길 시 시간당 5000원에서 1만원에 달하는 지각비도 부과하고 있다. 이를 연 이자율로 환산하면 2000%를 훌쩍 넘는다.
소액을 빌리지만 돈을 갚지 못할 경우 개인정보 유출이나 전화 협박, 추가 대출 요구 등으로 이어지고 있어 경제 관념이 정립되지 않은 청소년들이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트위터 등 SNS에 '대리입금'을 검색하면 업자들은 대출 신청에 학생증 사본, 집 주소, 부모님 전화번호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돈을 갚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과 함께 집으로 방문한다', '일주일 넘게 연락 두절 시 각오하는 게 좋다'는 협박성 문구를 내걸고 있다.
대리입금을 이용하는 청소년들은 위험성을 알면서도 손쉽게 돈을 빌릴 수 있어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있다.
고등학생 B양은 "불법인 걸 알면서도 돈이 바로 들어오는 곳이 여기(대리입금) 뿐이니까 알면서도 빌렸다"며 "이자율을 '선제시' 받는 곳도 많다. 이자가 원금의 30%에 못 미치면 메시지를 읽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C양도 "'댈입'(대리입금) 명목으로 개인 전화번호를 요구하면서 '토토 사이트 인증번호를 받아 불러주면 돈을 입금하겠다'는 업자들도 봤다"고 전했다.
■ 현행법 '사각지대'..모니터링 필요
대리입금이 현행법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2차 피해가 잇따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상 원금이 10만원 미만인 소액 금전거래의 경우 별도 이자 제한을 두지 않는다. 10만원 미만 거래가 다수인 대리입금은 법정 최고 이자율 '연 20%'의 제한을 받지 않아 해당 조항이 악용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성만 민주당 의원 등은 지난해 6월 원금과 이자의 합이 10만원이 넘어갈 경우 법정 최고 이자율의 적용을 받도록 하는 이자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소관위 계류 중이다.
전문가는 대리입금으로 인한 청소년 피해를 막기 위해선 관련 금융 교육이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자산관리학과 교수는 "대리입금으로 빚더미에 앉는 것에 대한 심각성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청소년들도 상당하다"며 "스스로 신용을 지킬 수 있도록 교내 금융 교육을 강화해야 하며, SNS에 게재되는 대리입금 광고 관련 모니터링이 수시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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