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 정도면 56홈런으로 단일시즌 홈런 아시아신기록을 세운 2003년이 연상된다. 두산이 지난 14일 이승엽 감독을 선임하며 KBO리그를 넘어 한국체육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두산이 팀을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린 전임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한 것도 큰 뉴스였다. 하물며 후임자가 '국민타자'다. 2017년 은퇴 이후 한번도 프로 지도자 생활을 한 적이 없었는데 곧바로 감독으로 출발한다는 점, 심지어 그 팀이 친정 삼성이 아닌 두산이라는 점에서 야구계에 미친 파장이 크다.
이 감독이 현장 지도자를 꿈꾼다는 얘기는 몇 년전부터 꾸준히 들렸다. 그러나 친정 삼성을 비롯해 유독 인연이 닿지 않았다. 빅네임보다 소통 및 실무형 감독 선임이 대세가 되며 소외된 측면도 있었다. 삼성이 아닌 팀이 이승엽이란 거물을 끌어안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서 두산이 과감히 움직였다. 이 감독의 이름값을 넘어 비전과 철학에 공감했다는 게 공식 코멘트다. 그러나 이 감독의 이름값을 외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두산이 코치 경험조차 없는 초보감독에게 18억원이나 투자한 건 그만큼 기대치가 크다는 뜻이다.
팬들도 폭발적인 반응이다. 최근 두산의 유튜브 채널 베어스티비에 이 감독의 첫 출근 영상이 게재됐다. 댓글을 보면 두산 팬들은 말할 것도 없고 삼성 팬들도 제법 보였다. 두산 팬들은 환영일색이며, 삼성 팬들도 진심으로 이 감독의 새출발을 응원했다.
물론 모든 사람의 생각이 같을 수 없다. 일부 삼성 팬들은 이만수 전 SK 감독에 이어 또 한번 레전드 오브 레전드를 타 구단에 빼앗겼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이에 이 감독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며 삼성 팬들에게 진심이 담긴 감사 인사를 남겼다. 이 감독다운 품격이 느껴졌다.
또한, 야구계를 넘어 타 종목에서도 이 감독의 두산행에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두산은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팀들을 배려해 이동일에 감독선임 공식 발표를 했고, 취임 기자회견 역시 이동일에 진행한다. 그러나 이 감독 관련 각종 소식이 연일 포털사이트 메인을 장식하며 포스트시즌 소식들이 다소 묻힌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다.
한 관계자는 "결국 한국야구에 빅네임에 목 말라왔다는 증거"라고 했다. 이 감독은 레전드 오브 레전드이자 빅네임 오브 빅네임이니 야구를 넘어 스포츠 팬들의 비상한 관심을 끄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FA 돈잔치만큼 파급력이 크다.
한국야구는 올해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갔지만, 큰 틀에선 보면 여전히 침체일로다. 미래지향적인 차원에서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 중에서 빅네임이 나와야 한다. 그러나 은퇴한 빅네임들의 좋은 소식 역시 환영할만 하다.
모든 관계자가 이 감독이 두산에서 성공하길 바란다. 그럴 경우 KBO리그 감독 시장에 다시 '빅네임의 시대'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한국야구로선 그 자체로 또 다른 의미의 새로운 도전이자 역사다. 이 감독 정도의 빅네임이 장외에서만 활약하는 건 아깝다는 반응이 많았다. 새 바람을 일으키는 건 박수 받을 일이다. 이 감독과 두산이 한국야구를 뒤흔들만한, 엄청난 도전에 나섰다.
[두산 이승엽 감독. 사진 = 두산 베어스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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