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솔직히 무실점으로 막을 생각은 없다. 안타를 맞든 볼넷을 주든 내 공을 자신 있게 던지고 나오려고 한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1군 무대에 올랐다. 그러나 무작정 설렘이 가득한 마음은 아니었다. 지난 7일 창원NC파크에서는 NC가 8회까지 2-5로 뒤지면서 5강을 향한 실낱 희망이 완전히 사라지기 일보 직전이었고 9회초 정구범(22)을 마운드에 올렸다.
정구범은 NC 팬들이 애타게 기다렸던 이름이다. 2020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지명된 정구범은 '제 2의 구창모'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어깨 부상 등 겹치면서 1군 데뷔가 늦어졌고 올 시즌 말미에야 겨우 1군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1군에 콜업된 본인도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정구범은 7일 창원 LG전을 앞두고 "솔직히 무실점으로 막을 생각은 없다. 안타를 맞든 볼넷을 주든 내 공을 자신 있게 던지고 나오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9회초 선두타자 서건창에게 146km 직구를 던지면서 헛스윙 삼진을 잡은 정구범은 문보경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하면서 흔들리더니 송찬의에게 136km 슬라이더를 던진 것이 좌중월 2점홈런으로 이어져 프로 첫 등판에서 홈런으로 실점하는 뼈아픈 순간을 맞았다. 그래도 이내 정신을 차린 정구범은 이영빈을 144km 직구로 삼진 처리했고 홍창기를 초구에 2루 땅볼로 잡으면서 추가 실점을 하지 않았다.
정구범에게 두 번째 등판 기회가 온 것은 NC의 정규시즌 최종전이었던 10일 수원 KT전이었다. 8회말 마운드에 오른 정구범은 좌타자 강백호를 상대로 포수 파울 플라이 아웃을 잡고 송명기와 바통터치를 했다. 원포인트 릴리프로서 역할을 다한 정구범은 그렇게 2022시즌을 마감했다.
올해도 1군보다 2군에서 있었던 시간이 길었던 정구범은 내년엔 '제 2의 구창모'라는 기대감을 현실로 만들지 주목된다.
올해 2군에서도 최고 147km에 달하는 빠른 공을 던지며 건재함을 알린 그는 "일단 내 자신에게 답답했다. 뭔가 될만하면 아프기도 했고 일도 잘 풀리지 않았다. 동기들보다 2년 정도 늦게 출발했으니까 앞으로 야구를 2년 더 하자는 마음으로 계속 버텼다"라면서 "시즌을 이렇게 길게 치른 것이 프로 들어와서 처음이라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힘이 조금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앞으로 체력을 보완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는 27경기에 등판해 2승 3홀드 평균자책점 4.00을 남겼다.
앞으로 정구범이 어떤 보직으로 팬들 앞에 나타날지는 알 수 없다. 그 역시 "보직은 팀에서 결정할 것 같은데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선발이지만 어떻게 될지 아직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다"라고 말한다.
다만 팀에서도 관심 있게 그를 지켜볼 것이 분명하다. 최근 정식 사령탑으로 부임한 강인권 NC 감독은 "내년에 NC가 강팀이 되고 상위권에 가려면 일단 국내 선발투수들이 좀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좋은 실력을 보여줄 선수들이 많고 경쟁을 통해서 더 보여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NC가 내년에 외국인투수 2명과 구창모로 1~3선발을 구축한다고 가정하면 4~5선발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올해 NC가 부상에서 돌아온 구창모를 최대한 관리하면서 11승 5패 평균자책점 2.10이란 성적을 이끌어낸 것처럼 정구범도 팀의 관리를 받으면서 쑥쑥 자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구범도 더이상 NC 팬들에게 미안하고 싶지 않다. "높은 라운드에 기대를 많이 받고 왔는데 그만큼 기대에 부응을 하고 싶었지만 내가 몸 관리를 잘 못해서 늦어졌다. 팬들에게 죄송하기도 하다. 앞으로 잘 하겠다"는 것이 정구범의 각오. 벌써부터 NC가 발톱을 갈고 있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정구범.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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