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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사진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AFPBBNews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 8급 공무원 이대준(2020년 9월 사망 당시 47세)씨 '서해 피살 사건'의 전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시절 "월북했다"던 발표를 지난 6월 해경과 국방부가 번복했고, 지난 13일엔 감사원이 "월북을 인정할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57일간의 정밀 감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고위 공직자들이 최소한의 국민 보호 노력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사후에 조직적으로 왜곡·은폐했다고 감사원은 공개했다.
2020년 9월 21일 우리 국민이 서해에 빠져 실종된 뒤 이튿날 오후 3시 30분쯤 북한군에 의해 발견됐다. 대북 감청 정보 등을 통해 이런 상황을 인지한 군과 국방부는 국가안보실을 통해 그날 오후 6시 36분 문 대통령에 보고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오후 9시 40분 이씨가 북한군에 의해 사살되고 불태워질 때까지 구조 지시를 하지 않았고 끝내 처참한 비극으로 이어졌다.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난 대통령과 고위 공직자들의 대응은 공분을 일으킨다. 국민이 북한에 나포된 긴박한 상황에서 당시 국가안보실은 '최초 상황 평가회의'조차 열지 않았고, 서훈 실장 등 청와대 간부들은 오후 7시 30분 퇴근했다.
9월 23일 새벽 1시 청와대에서 열린 관계장관회의는 피살 사건을 월북으로 왜곡한 전환점이었다. 당시 회의는 서훈 실장 주재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서욱 국방부 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참석했다.
'5인방 회의' 직후 국방부는 서 장관 지시로 '밈스'(MIMS·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에 탑재된 첩보 보고서 60건을 삭제했고, 국정원도 박 원장 지시로 첩보 보고서 등 46건을 지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106건의 핵심 자료 삭제는 명백한 증거인멸이다.
이후 서훈 실장은 국방부와 해경에 자진 월북 취지로 언론에 대응하라는 지침을 보냈다. 이 과정에서 당시 문 대통령이 어떤 지시를 했는지 반드시 밝혀야 하는데도 "무례하다"며 최근 감사원 서면조사에 불응했다.
감사원은 국가안보실·국정원·국방부·통일부·해경 등의 책임자 20명을 직무유기·직권남용 등 혐의로 수사해달라며 검찰에 넘겼다. 하지만 이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지난 9월 22일 해수부장으로 영결식을 치르며 부분적으로 명예를 회복한 이씨 가족은 감사원 발표 이후 더 격앙돼 있다.
아내 권영미(43)씨는 "그해 9월 23일 새벽 종전 선언 지지를 촉구하는 문 대통령의 유엔 연설이 나갔는데 당시 남편 피살 사건을 정치적 걸림돌로 생각했던 것 같다"며 "사생활까지 들추고 왜곡해 월북몰이한 최종 책임자인 문 전 대통령의 법적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족은 김기윤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문 전 대통령을 감사원법 위반으로 지난 7일 고발했다. 생존 사실을 알고도 피살될 때까지 3시간 동안 남북 소통 채널을 가동하지 않는 등 아무런 구조 노력을 하지 않은 문 전 대통령을 직유무기로 조만간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유족이 문 전 대통령에게 뽑아 든 '분노의 레드카드'인 셈이다.
유족은 여기서 멈추지 않겠다는 각오다.
문 전 대통령에게 살인방조 혐의를 추가하기 위한 법리 검토가 한창이다. 피살 사건 한 달 전이던 2020년 8월 북한은 코로나19 유입을 막겠다며 밀입국자는 사살하겠다는 포고문을 발표했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북한에 나포된 우리 국민을 구하려고 노력하지 않았으니 살인방조죄로 볼 수 있다는 논리다.
지난 2년간 진실 규명에 전념해온 친형 이래진(55)씨는 "피살 사건 발생 전에도 남북 정상 간에 친서 교환이 있었을 정도로 소통이 가능했다. 생존 사실을 인지하고도 해군과 해경이 국제상선통신망(VHF 16번 채널)을 이용한 조난방송을 하지 않았고, 구조 지시를 하지 않은 문 전 대통령의 행위는 세월호 구조 실패보다 악성이어서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손편지로 진실 규명을 호소했던 아들(19)은 육군사관학교에 지원하려다 월북자 아들로 낙인 찍히는 바람에 포기했다.
알바로 집안 생계를 돕는 아들은 "정치인들은 사실을 왜곡해도 진짜 나라 지키는 것은 일선 군인"이라며 군인(부사관)의 길을 당당히 가겠다며 준비 중이다.
아내 권씨는 "대통령으로서 국민 보호책임을 저버린 이런 사건을 밝히지 않으면 우리 국민은 누구든 유사한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범죄와 비리 의혹이 포착됐는데 덮어주는 것은 거짓을 편드는 행위다. 진실을 어둠 속에 영원히 가둬둘 수는 없다. 그날의 진실과 책임 소재를 파헤칠 책임은 이제 검찰 손으로 넘어갔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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