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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경찰이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현장에 있던 이태원파출소 경찰관에 대한 고강도 감찰에 착수하면서 현장 경찰관의 불만과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경찰 지휘부에 대한 감찰도 동시에 진행 중이지만, 윤희근 경찰청장이 당시 파출소에 신고가 집중된 상황 등에 대한 고려 없이 “현장 대응이 미흡했다”고 언론에 밝히고 곧바로 감찰에 착수한 데 실망한 것으로 보인다.
일선의 반발이 거세질 조짐을 보이자 경찰청은 ‘일선 파출소 책임 전가를 위한 감찰이 아니다’라고 내부에 해명했다.
경찰 등을 인용한 세게일보 보도에 따르면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참사 당시 이태원파출소의 미흡했던 초기 대응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청이 공개한 112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오후 6시34분부터 ‘압사’ 우려를 담은 신고가 접수됐다. 이후 이태원파출소는 사고가 발생한 오후 10시15분까지 총 11건의 신고를 접수했지만 이 중 4번만 현장에 출동했다. 6건은 전화 상담 후 종결했고, 1건은 불명확으로 종결 처리했다.
이에 윤 청장은 “112 신고를 처리하는 현장의 대응은 미흡했다는 판단을 했다”며 감찰을 지시했고, 현재 감찰이 진행 중이다.
이를 두고 일선에선 “지휘부가 책임을 현장에 전가한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사고 당일 이태원파출소에 오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79건의 112 신고가 접수됐을 만큼 바쁜 상황에서 “현장 근무자가 잘못했다”고 단정 짓는 식의 청장 발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당시 이태원파출소엔 총 32명의 현장 경찰관이 근무 중이었는데, 상황근무자 2명을 제외한 30명이 2인1조로 나뉘어 바쁘게 신고를 처리했다고 한다.
당장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자신을 이태원파출소 직원이라고 소개한 경찰관의 성토 글이 올라왔다.
경찰관 A씨는 “112 신고는 시간당 수십건씩 떨어진다”면서 “뛰어다니며 112 신고를 처리하기도 바쁜 상황에서 압사 사고를 예상해 통제하고 있었다면 112 신고는 누가 뛰냐”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릴 것이라는 예상은 누구나 했다. 그렇다면 그 대비는 이태원파출소 소속 직원만 했어야 했냐”며 “경찰청, 서울경찰청은 뭘 했냐”고 반문했다.
서울 일선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B씨 역시 “(당시 압사 관련) 신고가 많이 접수되긴 했지만 같은 건에 대해 현장 경찰관이 출동한 상태였으니 상담 안내 후 종결한 것으로 보인다”며 “윗선에서 현장 경찰관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도 “신고 1건을 처리한 뒤 다른 신고자에 연락해서 찾으러 가다 보면 해당 신고자는 ‘이미 장소를 떠났다’고 말해 사건을 종결시켰던 것”이라며 “반드시 나가야 할 현장에 나가지 않은 것처럼 보여지면서 지역 경찰이 부글부글하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경찰 내부망에도 실명으로 지휘부를 비판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한 경찰관은 이날 내부망에 ‘청장이 먼저 옷을 벗는 용기를 보여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에서 “용산경찰서장을 대기발령하는 순간 모든 원인은 경찰이 되어버렸다. 112 신고 처리가 적절했는지 등에 대해 정확히 조사가 끝났느냐”며 “일단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현장에 책임부터 지우려는 지휘부의 구태의연한 행태에 자괴감이 든다”고 강조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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