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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와, 정말 마음 무거웠다.”
SSG 김강민과 에이스 김광현은 7일 한국시리즈 5차전을 앞두고 SSG랜더스필드 홈 클럽하우스에 있는 사우나에서 은밀한(?) 대화를 주고 받았다. 김광현이 김강민에게 “오늘 (타자들이)5점만 내주세요”라고 했다.
김강민은 김광현의 속뜻을 정확히 알아차리지 못했다. “자기는 4점을 주겠다는 말인지. 공교롭게도 4점을 내줬고, 저희는(타자들) 2점 밖에 안 났다”라고 했다. 실제 김광현은 선발등판해 5이닝 7피안타 4탈삼진 3사사구 3실점했다.
4점까지 내주지 않았지만, SSG 타선을 6이닝을 무실점으로 묶은 키움 에이스 안우진에게 판정패했다. 투구내용만 보면, 김광현답지 않게 안정감이 떨어진 경기였다. 2승2패.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 그렇게 김광현은 복잡미묘한 마음을 안고 덕아웃으로 돌아가 동료들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결국 SSG는 웃었다. 공교롭게도 김광현이 사우나에서 부탁한대로 됐다. SSG는 8회 최정의 좌월 추격의 투런포에 이어 9회 김강민의 대타 끝내기 스리런포로 5-4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김강민이 그라운드를 도는 순간, 김광현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인터뷰실에서 김광현의 얼굴을 보니, ‘꺼이꺼이’ 울었던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김강민을 향한 고마움, 동료들을 향한 미안함 마음이 뒤섞인, 그런 성격의 눈물이었다. 김광현은 “그동안 큰 경기를 많이 해봤는데 기쁨의 미소만 짓다가, 기쁨의 눈물이 난다는 걸 처음으로 느꼈다. 강민이 형은, 제 마음 속에선 영구결번”이라고 했다.
에이스로서 잘 던져야 한다는 책임감, 객관적 전력 차에 의한 부담감이 있었다. 김광현은 “정말 마음이 무거웠다. 1회부터 선취점을 줘서 아쉬웠다. 강민이 형 한 방으로 죄책감이 날아갔다. 사실 누구나 우리가 상대보다 전력이 강하다고 해서 부담감이 있었다. 우승 확정은 아니지만, 그 한 경기만으로도 죄책감, 부담감을 날려서 기쁨의 눈물이 났다”라고 했다.
5차전 극적인 역전승에 울었던 김광현인데, 한국시리즈서 우승하면 정말 대성통곡하지 않을까. 오히려 끝내기홈런의 주인공 김강민이 맏형답게 의연했다. 김원형 감독의 포옹 시도에도 “내일 하시죠”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시리즈는 4승을 해야 우승한다. 아직 우승한 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김강민도 김광현에 대한 고마운 마음은 확실하다. 선수생활의 황혼기에 다시 한번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건 김광현의 복귀효과가 결정적인 게 사실이다. 김강민은 “광현이가 돌아온다고 했을 때, ‘아, 한번 우승을 노릴 수 있겠구나’싶었다”라고 했다.
김강민의 꿈도 1승 남았다. 그는 “물론 광현이가 원하는 피칭을 하지 못했지만, 광현이도 (한)유섬이도 그렇고, 모든 선수가 잘해줘서 여기까지 왔다. 나는 숟가락 하나 얹은 것이다. 맏형이 이렇게나마 후배들에게 힘을 보탤 수 있어서 행복한 한국시리즈”라고 했다. 이게 팀 SSG다.
[김강민과 김광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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