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광현이 형이 마무리해야죠.”
9월6일 잠실 LG전. SSG는 당시 2위 LG에 상당히 쫓기고 있었다. 결국 6회초 이재원이 결정적 스리런포를 쳤고, 문승원이 1이닝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따냈다. 1이닝 세이브는, 문승원에겐 첫 경험이었다. 당시 마무리가 서진용에서 문승원으로 막 교체된 시점이었다.
그날 경기 후 문승원은 마무리투수가 됐지만, 보직 자체에 큰 미련은 없다는 뉘앙스로 얘기했다. 보직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역할이든 팀에 보탬이 되고 싶은 진심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취재진이 한국시리즈 우승할 때 마운드에 있고 싶은지 묻자 “광현이 형이 해야죠”라고 했다.
김광현의 상징성이 드러난 순간이다. 김광현은 2010년에도, 2018년에도 SK의 한국시리즈 우승 순간 마운드에 있었다. 2010년에는 삼성의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잡은 뒤 마운드로 환호하며 뛰어올라온 박경완 LG 배터리코치에게 90도로 인사한 뒤 안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2018년에는 마지막 타자를 범타로 처리한 뒤 외야 방향으로 몸을 틀어 만세를 외쳤다. 그리고 포수 허도환(LG)이 백허그를 하자 환하게 웃으며 모든 선수와 기쁨을 나눴다. 한국시리즈 역사에 영원히 남는 순간들이었다.
정확히 4년 뒤, 한국시리즈의 마지막 순간을 또 김광현이 장식했다. 김광현은 7일 키움과의 5차전서 5이닝 3실점했다. 84구를 던졌다. 그러나 김원형 감독은 8일 6차전서 김광현을 미출장선수로 분류하지 않았다.
경기 전만 해도 마지막 투수를 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4-3으로 앞선 9회초에 1사 주자 없는 상황서 김광현을 마운드에 올렸다. 김광현은 김태진을 유격수 땅볼, 이지영을 1루수 라인드라이브로 처리하고 SSG 우승 순간을 또 즐겼다.
이번엔 미리 세리머니를 준비하기 어려웠다. 이지영의 타구가 너무 잘 맞았기 때문이다. 1루수 최주환이 팔을 쭉 뻗었고, 극적으로 글러브에 들어가며 경기가 끝났다. 김광현은 최주환의 수비를 지켜본 뒤 폴짝폴짝 뛰며 기뻐했다.
결과적으로 2개월 전 문승원의 말대로 됐다. 사실 큰 의미는 없다고 해도, 김 감독이 에이스의 기를 세워준 게 틀림없었다. 그렇게 SSG가 2022시즌을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김광현. 사진 = 인천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인천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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