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도하(카타르) 이현호 기자] 카타르 도하에서 지하철을 타면 영화 <설국열차>를 간접 체험할 수 있다.
카타르 수도 도하에는 지하철 3개 노선이 있다. 각 노선은 색상으로 구분한다. 빨간색인 레드 라인은 남북을 연결한다. 초록색인 그린 라인은 도심에서 북서쪽으로 올라간다. 황금색 골드 라인은 동서로 뻗어있다. 도하 지하철은 2019년 5월에 개통한 신식 교통수단이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개막에 맞춰 대중교통 인프라를 구축한 카타르다. 전 세계에서 몰리는 축구팬은 카타르에 입국할 때 반드시 ‘하야카드(Hayya card)’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야 하는데, 지하철 탑승 시 하야카드를 보여주면 무료로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다. 따라서 월드컵 방문객은 모두 지하철 요금이 공짜다.
카타르 월드컵 개막을 5일 앞둔 시점, 기자는 도하 지하철을 직접 이용해봤다. 월드컵 기간 내 지하철을 이용할 계획이 있다면 참고해두는 게 좋다. 한국인에게는 신기할 법한 ‘주관적인’ TMI를 모아봤다.
#지하철역 출구가 모두 똑같이 생겼다
웬만한 큰길 사거리마다 지하철역 출구가 있다. 디자인이 모두 비슷하다. 벽은 유리창이며, 지붕은 모래색이다. 직선과 곡선을 적절히 섞었다. 따가운 햇살과 무더위를 피하고 싶다면 일단 지하철역으로 들어가라. 시원하다. 지하철역이 ‘사막의 오아시스’로 느껴질 정도다.
#지하철역에 사람이 없다(낮에만)
서울이나 도쿄 등 대도시 지하철과 비교하면 상당히 한적하다. 이대로 운영이 될까 싶을 정도로 사람이 없다. 동료 기자들과 함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개찰구까지 내려가는 동안 현지인을 만나지 못했다. 형광색 조끼를 착용한 직원만 곳곳에 서 있었다. “승객보다 직원이 많은데?”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반전이 있었다. 늦은 밤에 손흥민이 도하 국제공항으로 입국한다는 소식을 듣고 공항까지 지하철을 타고 갔다. 10시경에 지하철역으로 내려갔다. 사람이 많았다. 그렇다고 부대낄 정도로 붐빈 건 아니다. “사람들이 타긴 타는구나” 할 정도였다.
#하야카드를 ‘사람’이 확인한다
‘하야카드를 보여주면 공짜’라는 시스템이 궁금했다. 하야카드 어플리케이션에 접속해 프로필 화면의 QR코드를 개찰구에 찍어보려고 했다. 인식되지 않았다. 개찰구 옆에 있던 직원이 “저에게 보여주세요”라고 했다. 기계가 아닌 사람이 일일이 하야카드를 확인하고 들여보냈다. 단체여서인지 앞 사람 몇 명만 확인하고 쉽게 통과시켰다.
#좌석이 등급제다. 설국열차처럼
영화 <설국열차>의 가장 큰 설정은 신분이 높을수록 기차 앞칸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카타르 지하철은 맨 앞칸이 ‘골드클럽(Gold Club)’이며, 그 뒤 칸들은 ‘일반석’이다. 열차에 따라 일반석 중 일부가 ‘가족석’인 경우도 있다. 골드클럽 요금은 10리얄(약 3,630원), 일반석 요금은 2리얄(약 730원)이다.
황금색 인테리어로 꾸며진 골드클럽 칸은 승객들이 마주 보고 앉는 구조다. 좌석 사이에 팔걸이도 있다. 머리를 댈 수 있는 머리 받침도 있다. 또한 골드클럽의 가장 앞자리에 앉으면 조종사 시점을 체험할 수 있다. 조종사가 없는 무인 지하철이기 때문에 가능한 구조다. 인기가 가장 많은 자리다.
#한국인이 가장 자주 갈 곳은? 에듀케이션 시티역
한국 축구대표팀은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치른다. 이 경기장에서 가장 가까운 역 이름은 에듀케이션 시티다. 근처에 대학교가 많아서 지어진 이름이다. 초록색 그린 라인의 주요역이며, 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경기장 입구가 있다.
한국이 조별리그를 통과하면 스타디움 974 혹은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16강전을 치른다. 974 스타디움은 골드라인, 루사일 스타디움은 트램을 타고 갈 수 있다. 한국 축구 팬들이 골드라인이나 트램을 타고 직관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사진 = 이현호 기자, AFPBBnews]
이현호 기자 hhhh@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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