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한국과 우루과이의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1차전이 열린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 전반 33분 탄식의 목소리가 터졌다.
한국이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지만 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크 오른쪽에서 김문환이 낮고 빠른 패스를 찔러 넣었고, 문전에 있던 황의조 발 앞으로 왔다. 황의조 앞에는 골키퍼만 있었을 뿐. 황의조는 자신 있게 오른발 논스톱 슈팅을 시도했다. 아쉽게도 공은 골대 위로 뜨고 말았다.
한국 선수단, 한국 관중들 모두 머리를 감쌀 수밖에 없었던 아쉬운 장면이었다. 이 경기에서 나온 한국의 가장 좋은 찬스였다. 이 기회를 놓친 한국은 승리를 할 기회마저 놓쳤다. 결과는 0-0 무승부로 끝났다.
경기 후 황의조에게 비난의 화살이 날아왔다. 핵심은 '그것도 못 넣느냐'는 거다. 최근 소속팀 경기에서 뛰지 못해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음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쉬운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한국의 간판 스트라이커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황의조는 고개를 숙였다. 그는 경기 후 "선수들에게 미안하다. 나의 골이 있었다면 더 좋은 상황이 될 수 있었다. 나도 아쉽다. 정말 많이 노력했는데 결정짓지 못해서 반성한다"고 말했다.
분명 아쉬운 장면이다. 황의조가 성공했다면 한국은 승점 3점을 얻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게 축구다. 세계 최고의 선수라도 쉬운 기회를 놓치는 게 축구다. 발로 하는 구기 스포츠의 운명이다.
골 결정력이 공격수의 가치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인 것은 맞지만, 세계 최고의 선수라도 매 경기, 매 순간 골을 넣을 수는 없는 일이다. 세상에 이런 선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 최고의 공격수 중 하나로 평가받는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는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페널티킥을 놓쳤다. 지난 23일 열린 C조 1차전 폴란드와 멕시코와 경기에서 레반도프스키는 후반 10분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직접 찼지만,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폴란드는 승리를 놓쳤다. 결과는 0-0 무승부.
레반도프스키도 잠깐 비판 받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가 폴란드 대표팀의 역적인가. 공격수의 진정한 가치는 단 한 경기로 평가할 수 없다. 레반도프스키가 그동안 폴란드 대표팀을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팀을 위한 헌신, 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 팀을 동료들을 위한 희생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레반도프스키는 폴란드 대표팀 역사상 최다골 주인공이다. 그가 폴란드에서 어떤 일을 해왔는지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 황의조 역시 한국 대표팀에서는 레반도프스키와 비슷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 그는 벤투호 출범 후 최다골 주인공이다. 벤투호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지난 4년 동안 가장 헌신한 선수 중 하나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김진수는 황의조 실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황)의조가 한국 대표팀의 간판 스트라이커는 맞지만 매 경기 골을 넣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매 경기 넣으면 정말 세계적 선수로, 득점왕을 했을 것이다. 의조가 이전부터 보여줬던 헌신, 오늘 보여줬던 헌신은 대표팀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 의조가 득점을 하고, 못하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하는 지가 중요하다."
황의조는 고개를 숙일 필요가 없다. 자책할 필요도 없다. 기회는 남아있다. 독한 마음을 가지고 다음 기회를 노려야 한다. 2차전 가나전, 3차전 포르투갈전에서 만회하면 될 일이다.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최용재 기자 dragonj@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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