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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현장 출입구에서 외국인 근로자 중 불법체류자 색출을 하겠다며 노동자들을 검문하는 건설노조 노조원 모습. /중부경찰서 제공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서울과 수도권 건설 현장을 돌면서 노조원 채용을 강요하고 뒷돈을 요구한 ‘사이비 건설노조’ 간부들이 구속됐다. 이들은 현장소장이 돈을 주지 않으면 현장 노동자들을 임의로 검문하고 협박하는 등 공사장의 무법자로 행세했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서울 중부경찰서는 공사 현장에서 노조발전기금 등 명목으로 돈을 뜯어내고 노조원 채용을 종용한 혐의(공동공갈)로 건설노조원 11명을 입건하고, 이중 50대 노조위원장 등 2명을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들은 양대노총 산하 건설노조와는 다른 노조로 600여명을 노조원으로 등록해 놨지만, 노동자 권익 활동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노조원 조끼를 입은 건장한 체격의 한 남성이 공사 현장 입구를 막아서서는 다른 근로자에게 “중국인이냐, 어느 나라 사람이냐”며 큰소리로 겁을 주는 장면이 나온다. 외국인 불법체류자를 색출하겠다는 것이다. 이 남성은 현장소장이 원하는 돈을 주지 않자 현장에서 근로자 신원 감시에 나섰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일당은 2020년 12월 노조를 설립한 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수도권 일대 건설 현장 11곳에서 노조 전임비나 노조발전기금 명목으로 2억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현장소장 등을 상대로 자신들이 속한 노조원 채용을 강요하거나 금전을 요구했다. 거부 시 공사 현장의 위반사항 민원을 제기한다거나 집회를 열겠다고 협박했다. 실제로 건설 현장 앞에서 확성기와 방송 차량을 동원해 소음을 유발하고, 위반사항을 몰래 촬영해 고발하는 방식으로 건설업체를 괴롭혔다고 한다.
범행은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수도권 권역을 6개 지부로 나눠 지부별 건설 현장을 파악하고 교섭을 진행하는 등 업무를 분배했다. 피해 업체는 대부분 영세 사업자였다. 공사 기간이 지연되면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고, 과태료 등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의 요구를 들어준 경우가 많았다. 업체별 피해액은 300만~4000여만원 정도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8일부터 ‘건설현장 갈취·폭력 등 조직적 불법행위’ 집중 단속에 들어갔다. 내년 6월까지 200일간 이어갈 계획이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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