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영화
각본과 연출을 맡은 마대윤 감독의 전작은 ‘그래, 가족’이었다. 이 영화는 서로 다른 성격에 만나기만 하는 으르렁대는 세 남매 성호(정만식), 수경(이요원), 주미(이솜) 앞에 갑자기 나타난 막둥이 오낙(정주원)의 이야기를 코믹하면서도 감동적인 필치로 그렸다. 결국 ‘스위치’는 ‘그래, 가족’을 외치는 영화다. 서로 싸우기만 하던 세 남매가 막둥이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되새겼다면, ‘스위치’는 평범한 가족으로 살아가는 경험을 판타지로 체험한 톱스타가 인생에서 무엇이 소중한가를 깨닫는 과정을 담는다.
‘스위치’의 가장 큰 재미는 정확하게 서로 뒤바뀐 삶을 살아가는 박강과 조윤의 대비에서 나온다. 전반부에 박강이 했던 행동을 후반부에 조윤이 거의 흡사하게 따라하는데, 여기서 빚어지는 아이러니가 배꼽을 쥐게 만든다.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 스크루지 영감의 이야기와 마크 트웨인의 ‘왕자와 거지’ 설정을 끌어와 동화풍의 판타지물로 엮어낸 이 영화는 시종 웃음을 짓게 하면서 끝에 가서는 뭉클한 감동을 안긴다. 모두가 알고 있는 스토리를 누구나 받아들이기 쉽게 만드는 것도 마대윤 감독의 능력이다.
최근 할리우드에서 유행하는 멀티버스 아이디어를 차용한 점도 돋보인다. ‘스위치’의 기본 전제는 다른 두 세계가 교차한다는 것이다. 톱스타 박강으로 살아가는 현실세계가 있고, 수현의 남편으로 존재하는 판타지세계가 있는데, 이 두 세계는 마지막에 이르러 하나로 연결된다. 두 세계를 이어주는 크리스마스 택시기사의 사연은 ‘스위치’의 행복온도를 따뜻하게 올려준다. 해마다 겨울이면 눈이 내리고 크리스마스가 찾아온다. 우리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다. ‘스위치’를 보면, 행복이 가득한 다른 세계로 연결되는 택시를 타고 싶을지도 모른다.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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