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영화
'유령'은 1933년 경성, 조선총독부에 항일조직이 심어놓은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으며 외딴 호텔에 갇힌 용의자들이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진짜 '유령'의 멈출 수 없는 작전을 담는다. 영화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2015), '독전'(2018) 이해영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경무국 소속 총독부 통신과 감독관 무라야마 쥰지(설경구)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다. 조선인 어머니 밑에서 자란 그는 군 시절 경쟁자였던 카이토보다 먼저 '유령'을 잡아 경무국으로의 화려한 복귀를 꿈꾼다. 박차경(이하늬)은 통신과 암호 기록 담당으로, 신임 총독 암살 시도 당일 '유령'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했으며, 총독부 정무총감 비서 유리코(박소담)는 무자비한 카이토에게도 기죽지 않고 경성이라는 목표에 돌진한다. 통신과에서 암호를 해독하는 천은호(서현우) 계장은 집에 두고 온 고양이 '하나짱'과의 재회가 무엇보다 간절하다.
반드시 살아남아 못다 한 임무를 수행하려는 '유령'과 제자리로 돌아가야만 하는 억울한 용의자 사이 의심과 견제가 깊어진다. 과연 '유령'은 정체를 들키기 전 작전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
팽팽한 긴장감이 지속되다 예상 못한 순간 '유령'의 정체가 밝혀진다. 이후 영화는 가속 페달을 밟은 듯 미친 속도감으로 몰아친다. 온 등장인물이 뚜렷한 색깔과 목적을 품은 채 정진하고 부딪히며 스크린을 지배한다. 설경구, 이하늬, 박소담, 박해수, 서현우의 앙상블이 무척 인상적이다.
이 감독의 강점인 미장센은 '유령'에서 절정에 달한다. '유령'이 암호를 전달하는 통로 겸 흑색단의 비밀 은신처 황금관은 초반부터 시선을 단단히 가둔다. 화려하다못해 황홀하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유령'의 주요 배경 호텔은 겉보기엔 요새 같지만 뻥 뚫린 내부와 객실의 호화로움이 다채로운 볼거리를 안긴다. 유리코의 휘황찬란한 의상은 도발적 분위기와 야심가 면모를 돋보이게 하고, 카이토와 쥰지의 주황색 가죽 장갑, 초록색 외투가 보색 대비를 이뤄 대립 구조를 부각한다.
오는 18일 개봉. 상영시간 132분. 15세 이상 관람가.
[사진 = CJ ENM]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