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영화
16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영화 '유령'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이해영 감독을 만났다.
'유령'은 1933년 경성, 조선총독부에 항일조직이 심어놓은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으며 외딴 호텔에 갇힌 용의자들이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진짜 '유령'의 멈출 수 없는 작전을 담은 스파이 액션이다.
원작 소설 '풍성'과 '유령'은 궤를 달리한다. 이 감독은 "원작은 밀실 추리 장르에 충실하다. 소설을 영화로 만들면서 추리 장르를 하겠단 생각을 단 한 번도 안 했다. '유령'을 소개할 때 스파이 액션이라 한다. 추리로 생각하고 보면 아마 놀랄 거다"라며 "추리를 완전히 배제한 상태에서 하고 싶은 게 첫 의도였다"고 강조했다.
"아주 예전부터 이하늬의 막연한 팬이었다"면서 "가진 에너지가 좋았다. 현명하다는 느낌이 있었다. 큰 사람 같았다. 사실 이하늬가 그 나이대 배우 중 특별했다. 올곧은 삶의 태도가 먼저 보였고 매력적이었다. 호감과 관심이 있던 차에 '유령'을 설계하면서 박차경이란 인물을 먼저 앞에 데려다 놓게 됐다. 이하늬는 대체 불가였다"고 거듭 말했다.
또 이 감독은 이하늬가 박차경이 아니었다면 "영화를 엎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 감독은 "제가 완전 초고를 줬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민망할 정도였다. 바로 '오케이'해서 고마웠다"고 전했다.
기자간담회 당시 박소담에 대한 미안함에 눈물 흘린 이 감독은 "저도 당황했다. 기자간담회 때 눈물 흘리는 감독이 있으면 같이 웃었다. 그런데 제가 그렇게 될 줄은…"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배우들에게 고마움이 컸다"며 "영화를 같이 보고 기자간담회 무대에 앉으니 이 배우들이 얼마나 훌륭하고 대단한 걸 해줬는지 복합적인 기분이 들었다. 박소담의 눈에 눈물이 고였고 눈물을 흘리는 이하늬와 눈이 마주쳐 저도 모르게 눈물이 터졌다. 주변에서 놀림받고 있다"라고도 했다.
이어 "하고 싶은데 민폐가 되면 안 되니까 거절하려고 절 만났는데 만난 순간 서로의 욕망이 드러난 거다. 사랑에 빠지는 것 같았다"며 "박해수라면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믿음을 강하게 줘 자신감이 생겼나보다. 2주 만에 상대방 대사도 암기했다"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이 감독은 "박해수가 성실함으로 메꿔줬다. 이 영화를 구원해줘서 고맙다고 손을 덥석 잡았다"며 "박해수가 아니면 어떻게 했나 아찔할 정도로 화룡점정이었다"고 극찬했다.
'유령' 속 공간은 강렬한 색감과 벼랑 끝 위압적인 위용을 자랑하는 외딴 호텔 등으로 구성됐다. 높은 층고에 더해 구조물, 가구까지 볼거리가 가득하다. 이 감독은 언론·배급 시사회 며칠 전까지 컴퓨터그래픽(CG) 작업에 몰두했다며 "예산이 부족해 호텔 입구만 지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되게 오래 걸렸다. 벽돌, 창문, 창틀 다 만들었다. CG 팀에서 '이 정도면 병'이라고 했다. 1년 넘게 창문 하나하나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CG뿐 아니라 아주 사소한 미감도 쉬이 결정하지 않았다. 이 감독은 "박차경이 방을 나가려다 문소리에 멈추는 장면이 있다. 이하늬 뒤에 꽃처럼 펼쳐진 벽 장식이 있다. 섰을 때 중심이 딱 맞았으면 좋겠더라. 사실 배우가 맞춰 서기 힘들다. 이하늬가 촬영하다가 '감독님 일상생활 하기 힘들죠?'라고 했다"고 해 웃음을 안겼다.
'유령'은 오는 18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사진 = CJ ENM]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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