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KBO리그 현역 통산 다승랭킹을 살펴보면, 1위부터 4위까지가 공교롭게도 시대를 풍미한 좌완투수들이다. 1위는 159승의 양현종(KIA), 2위는 149승의 김광현(SSG), 3위는 129승의 장원준(두산), 4위는 112승의 차우찬(롯데). 이들을 제외하면 현역 100승 투수는 없다.
WBC서 국가대표팀 라스트댄스를 준비하는 광현종과 달리, 장원준과 차우찬의 최근 몇 년은 너무 힘겨웠다. 장원준은 이미 FA 권리행사 포기만 수 차례 반복했다.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앞세워 ‘꾸준함의 대명사’로 불린 것도 옛날 얘기다.
장원준은 2018년 3승 이후 4년간 단 1승도 추가하지 못했다. 그나마 2022시즌 27경기서 1패6홀드 평균자책점 3.71이 근래 들어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풀타임 선발에서 내려간 건 오래 전 일이고, 예년의 날카로운 커맨드와 일관성을 찾을 수 있느냐가 숙제다. 전성기에도 스피드보다 커맨드와 경기운영능력으로 승부하는 스타일이었다.
한때 퓨처스리그에서 4~5이닝을 소화하며 선발투수 복귀 희망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하는 관계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1군 불펜에서 무게감 있는 역할을 소화할 수 있다면 최상이다. 이승엽 감독이 직접 면담을 통해 장원준의 재기 의지를 확인한 만큼, 경쟁할 기회는 줄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탈락하면 은퇴 위기에 몰린다.
차우찬은 2019년 13승을 따낸 뒤 내리막이다. 2020년과 2021년부터 잔부상에 시달렸다. 결국 2021년 9월에 어깨수술을 받고 2022시즌에는 아예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9월 퓨처스리그 두 경기에 나갔지만,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걸 확인하는 의미였다.
결국 LG는 고심 끝에 차우찬을 보류선수명단에서 제외했다. 마운드 뎁스가 탄탄한 편이니, 굳이 리스크가 있는 차우찬과 동행할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5강 복귀에 사활을 건 롯데가 차우찬을 연봉 5000만원에 데려갔다. 차우찬을 영입하고자 하는 팀은 롯데 외에도 여럿 있었다. 건강을 확신할 수 없지만, 현역 최다승 4위의 경험은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게 확인됐다.
롯데도 사실 큰 부담은 없다. 어차피 차우찬이 마운드 중심을 잡아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영입하지 않았다. 터지면 좋고, 예년 위력을 회복 못하면 헤어져도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저연차, 삼성 시절에는 불펜 경험이 많았지만, 리그 톱클래스로 도약한 이후에는 선발투수만 했다. 관리 측면에선 스페어 선발투수가 적합하다. 래리 서튼 감독이 차우찬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현역 최다승 3~4위는 1~2위와 달리 올해 안 풀리면 그대로 은퇴 위기에 처할 것이다. 그만큼 2023시즌이 절박하다. 장원준은 감독이 바뀌었고, 차우찬은 팀을 바꿨다. 환경의 변화는 분명히 있다. 무엇보다 본인들이 이대로 은퇴할 수 없으며, 재기하겠다는 의지가 충만한 것으로 알려졌다. 5강 도약을 노리는 두산과 롯데로서도 장원준과 차우찬이 힘을 보태면 그만큼 탄력을 받는다.
[장원준(위), 차우찬(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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