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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YTN 방송화면 캡처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나경원 전 의원이 25일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데는 정치 원로와 가족 등 주변의 강한 만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인사들은 “나 전 의원이 결국 윤석열 대통령과 맺은 관계를 파국으로 끝내선 안 된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나 전 의원은 설 연휴 동안 이회창 전 총재를 비롯해 가까운 원로 정치인들에게 거취와 관련한 조언을 구했다.
원로들 의견은 다소 갈렸다고 한다. 그러나 “새 정권의 안정과 당의 화합, 본인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 이번엔 출마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란 의견을 나 전 의원이 받아들인 것 같다고 한 지인은 전했다.
나 전 의원 부친과 남편(김재호 서울고법 부장판사)도 출마를 말렸다고 한다. 나 전 의원 출마 준비를 돕던 정양석·박종희 등 일부 전직 의원에 대해서도 여권 인사들의 직간접적 ‘불출마’ 설득 작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대표 출마를 만류한 인사들은 “윤 대통령과 척을 지고 당대표 선거에 나설 순 없다”며 우려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서울대 법대 3년 후배인 나 전 의원 부부에 대해 과거 사석에서 “내가 업어 키운 후배들”이라며 애정을 나타냈다고 한다.
윤 대통령과 나 전 의원은 1980년대 후반 함께 사법시험을 공부한 인연이 있다. 김재호 판사도 윤 대통령과 과거 술자리를 자주 할 정도로 친했다고 한다. 1997년 나 전 의원 부부가 부산지법에서 근무할 때 윤 대통령이 두 사람을 만나러 부산까지 휴가를 간 적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나 전 의원 관계는 지난 정부 때부터 미세하게 금이 가기 시작했다고 주변 인사들은 전했다.
한 여권 인사는 “2019년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때 야당 원내대표였던 나 전 의원이 후보직 사퇴를 요구하자, 윤 대통령이 주변에 ‘나경원이 나한테 이럴 수 있느냐’고 서운해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2021년 검찰총장을 그만두고 정치 참여를 선언한 이후에도 나 전 의원은 캠프 핵심부에 진입하지 못했다. 나 전 의원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때 미국에 머물다 후보가 확정되고야 공동 선대위원장으로 캠프에 합류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으로선 나 전 의원이 발 벗고 돕지 않았다고, 나 전 의원은 권성동·장제원 의원이 주도하는 캠프에 자기 공간이 마땅치 않았다고 서로 섭섭해한 것 같다”고 했다.
윤 대통령 당선 후 나 전 의원은 새 정부에서 역할을 하길 원했다. 윤 대통령도 조각(組閣) 과정에서 나 전 의원에 대해 인사 검증을 했다. 정부 출범 후에도 공석으로 있던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로 한때 나 전 의원을 검토했다.
여권 인사는 “나 전 의원과 관련된 일부 사안이 인사청문회 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낙점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나 전 의원은 “과거 야당이 나를 공격하던 프레임”이라며 억울해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윤 대통령이 나 전 의원을 공직에서 배제한 건 아니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나 전 의원을 두 차례나 특사로 해외에 파견했다. 작년 10월에는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에 임명했다.
하지만 나 전 의원이 공직 취임 석 달도 안 돼 당대표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는 듯한 언행을 보이면서 갈등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런 나 전 의원이 새해 들어 ‘대출 탕감’ 저출산 대책을 언급하고, 대통령실이 “정부 기조와 다르다”고 공개 반박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결국 나 전 의원이 저출산위 부위원장 사직서를 정식으로 제출하자, 윤 대통령은 해외 순방을 하루 앞두고 부위원장직은 물론 기후환경대사직에서도 해임했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은 나 전 의원이 공직을 자기 정치에 이용했다는 실망과,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구상에 협조하지 않는다고 느낀 것 같고, 나 전 의원은 정치적 역량에 걸맞은 역할을 부여받지 못한다는 섭섭함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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