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키움 장재영은 투타겸업을 시도하면서, 완벽주의를 조금씩 버리고 있다. 호주프로야구 질롱프로야구에서 간헐적으로 다시 타자로 뛰어보니, 자신과 비슷한 구속과 구위, 특성을 가진 투수를 상대하는 타자의 마음을 헤아리게 됐다.
즉, 장재영의 이도류는, 이도류 그 자체보다 좀 더 내려놓고 야구를 해도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한 촉매제다. 지난 2년간 제구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는데, 너무 핀 포인트 제구를 신경 쓸 필요 없이 포수 미트 위치를 보고 던지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장재영의 이런 고민은, 알고 보면 키움 에이스 안우진의 저연차 시절 그것과 비슷하다. 안우진 역시 데뷔 초창기에 빠른 공을 가졌으나 제구, 커맨드가 안 좋아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안우진이 장재영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많았고, 장재영도 안우진에게 그동안 고민 상담을 많이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각) 키움의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솔트 리버 앳 토킹스틱에서 만난 안우진은 “재영이가 공을 던질 때 어디를 어떻게 보고 던지냐, 팔을 어떻게 하냐, 다리를 들 때 느낌은 어떠냐 등등을 세세하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공을 던질 때 엄지발가락에 힘을 주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난 생각해본 적도 없는데 엄지발가락을 어떻게 하느냐, 새끼발가락을 어떻게 하느냐고 하더라. 학구열이 참 좋다”라고 했다.
안우진은 에이스로 자리잡은 뒤 장재영이 1군에 있을 때만큼은 캐치볼을 같이 하는 등 장재영을 잘 챙겼다. “캐치볼을 항상 같이 하려고 했다. 캐치볼 할 때부터 느낌을 얘기해줬다. 나는 캐치볼 할 때도 제구와 코너워크를 생각했고, 실제로 도움이 됐다. 캐치볼 집중도가 가장 중요하다”라고 했다.
이후 안우진은 자신이 커맨드를 다잡을 수 있었던 비결을 공개했다. 크게 포수의 타깃 기준 바깥쪽, 가운데, 몸쪽으로 3등분한 뒤, 가운데만 넣지 말고 포수 미트를 향해 공을 던지자는 마음을 가졌다. 기본적으로 구위가 좋아서, 핀 포인트 제구를 못 하더라도 3등분 기준으로 가운데에만 공이 들어가지 않으면 통타 당할 일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안우진은 장재영도 커맨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재영이의 장점은 공 스피드다. 스피드가 떨어지고 컨트롤을 잡으면 평범한 투수가 되는 것이다. 공을 강하게 던지면서 제구를 잡을 수 있다. 불펜 피칭을 보면 제구도 잘 되고 변화구도 너무 좋다”라고 했다.
결국 실전서 장재영이 터득하는 수밖에 없다. 안우진은 “나도 사실 재영이 마음 속에 들어가보지 않아서 잘 모른다. 심리적인 문제일 수도 있고 의욕이 앞서서 그럴 수도 있다”라면서 조심스럽게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하는 것 같다. 좀 쉽게 생각하면 좋겠다. 내가 보기엔 기록을 떠나서 신인 시절보다 작년이 나았다. 작년보다 올해가 나을 것이다”라고 했다.
어쩌면 장재영은 9억팔, 아버지 KIA 장정석 단장의 아들이라는 수식어가 어깨를 강하게 짓누르는 것일지도 모른다. 안우진의 말대로 완벽주의 성향을 조금 놓아버리고 새출발하면 된다. 장재영과도 이날 인터뷰했는데, “우진이 형에게 발가락 질문은 2년 전에 했던 것”이라고 했다. 질롱코리아에 다녀오고, 이도류를 시도하면서 투수로서의 성장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장재영. 사진 = 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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