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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스코어 3-0(25-21 27-25 25-15) 셧아웃 승리를 거두며 1위 현대건설과의 승점 차를 0으로 만든 순간 흥국생명 선수들은 얼싸안고 기뻐하려 했다. 그런데 김연경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동료들에게 손짓하며 세리머니를 하지 말고 모여달라고 부탁했다. 김연경은 왜 세리머니를 하지 않고 동료들의 자제를 부탁한 걸까?
지난 7일 경기도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의 경기는 올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놓고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양 팀의 중요한 맞대결이었다. 수원체육관은 평일임에도 3798석이 매진될 정도로 배구팬들은 여자부 '2강'의 선두 싸움에 관심이 집중됐다.
김연경은 1세트 시작과 동시에 코트를 폭격했다. 득점에 성공할 때면 평소보다 훨씬 큰 세리머니로 동료들을 독려했고 그녀의 눈빛은 승리하겠다는 투지로 가득 찼다.
김연경이 이토록 승리하고 싶었던 이유가 있었다. 언제나 세계 최고의 자리에 있었지만 그녀는 V리그 우승에 목말라있다.
김연경은 2005-06시즌 1라운드 1순위로 흥국생명에 입단했다. 그리고 프로 데뷔와 동시와 신인상, 정규리그 MVP, 챔피언결정전 MVP 등 모든 개인 기록을 휩쓸었다. 2008-09시즌 이후 해외리그 진출했던 그녀는 2020-21시즌 11년 만에 V리그로 돌아왔다. 당시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라 불렸지만 시즌 막판 쌍둥이 자매 사건이 터지며 준우승에 그쳤다.
김연경은 지난 시즌 중국리그를 마지막으로 해외 생활을 접고 국내로 다시 돌아왔다. 그래서 누구보다 V리그 우승이 간절하다. 하지만 '배구여제'도 우승이라는 단어를 쉽사리 꺼내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V리그 여자부 미디어데이에서 "6위에서 1위로 올라가기까진 많은 단계가 필요하다. 쉽지는 않을 것 같다."라며 올 시즌 목표를 묻는 말에 우승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그만큼 우승은 쉽지 않은 목표였다.
한편 이날 승리는 그토록 고대하던 1위와의 승점 차를 0으로 만든 중요한 승리였지만 김연경은 기뻐하기 보다 상대팀 선수들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2세트 25-26 듀스 접전 중 흥국생명 공격을 디그하는 과정에서 현대건설 리베로 김연견이 오른쪽 발등을 다쳐 쓰러졌다. 플레이 중이라 경기는 중단되지 않았고 김연경이 스파이크 강타로 세트를 마무리 지었다. 김연경의 이 득점은 이날 경기의 분수령이었다.
주전 리베로 김연견을 잃은 현대건설은 3세트를 힘없이 내주며 세트스코어 0-3(21-25, 25-27, 15-25) 완패했다. 양 팀 최다 22점(공격 성공률 38.89%)을 기록하며 승리를 이끈 김연경이지만 그녀는 기뻐하지 않고 오히려 부상당한 김연견의 걱정과 상대팀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동업자 정신'을 발휘했다.
상대팀 선수지만 코트에서 함께 땀을 흘리는 동료로서 부상은 남일이 아니다. '배구여제'는 모두가 다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승리의 기쁨보다는 동료의 걱정을 먼저 했다.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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