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2022-2023 FA 시장에서 키움과 4년 25억원 계약을 체결한 우완 원종현(36). 적은 나이가 아니지만, 키움은 그의 역량을 믿고 과감히 투자하며 불펜을 보강했다. 원종현만큼 KBO리그에서 사연 많은 선수도 없다. 과거 LG에 입단했으나 1군에서 1경기도 못 뛰고 방출됐고, 테스트를 거쳐 NC에 육성선수로 입단했다.
2014년에 1군에서 73경기에 나서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곧바로 제동이 걸렸다. 대장암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불굴의 의지로 건강하게 돌아왔고, 2016시즌에 54경기서 17홀드를 따낼 정도로 경쟁력을 회복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마무리투수로 변신해 31세이브, 30세이브를 거뒀다.
특히 2020년 NC의 통합우승 클로저였다. NC가 두산을 상대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할 때, ‘헹가래(세리머니) 클로저’가 됐다. 우승이 확정된 순간 양의지(두산)와 얼싸안은 곳이 공교롭게도 그의 새로운 홈구장 서울 고척스카이돔이다. 당시 코로나19 프로토콜로 포스트시즌을 고척 중립경기로 치렀다.
원종현을 이달 초 키움의 애리조나 스코츠데일 솔트리버필즈 앳 토킹스틱에서 만났다. 그는 특유의 담백한 어투로 “여기서 캠프를 치르는 건 처음인데, 선수들과 어울리는 것도 중요하고 컨디션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다. 재미 있게 하고 있다. 어린 선수가 많은 팀인데, 똑같이 야구를 하는 것이다. 8회쯤 나가는 투수가 될 것 같다. 작년에 키움의 포스트시즌을 좀 봤는데, 재미있게 하더라. 지든 이기든 활기찬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라고 했다.
방출, 육성선수, 투병이라는 키워드를 가진 투수가 FA 대박이란 수식어까지 점령했다. 원종현은 “FA까지 할 것이라고 생각 못했다. 한해, 한 해 최선을 다하다 보니 좋은 대우를 받고 여기에 왔다. 준비했던대로 하면 좋은 시즌을 치를 것이다”라고 했다.
이젠 성공의 아이콘이 됐지만, 초심을 잃지 않는다. 원종현은 “FA 계약을 했지만, 끝 아닌 과정이다. 이 또한 내 인생에서 지나가는 과정이다. FA를 신청할 때 나를 선택해주는 팀이 있다면 정말 마지막이란 생각을 갖고 최선을 다해보자는 생각이었다. 마지막까지 간절한 마음을 갖고 해보려고 한다”라고 했다.
고척돔에 대한 기억이 당연히 좋다. 원종현은 “잘 맞는 것 같다. 2020년 우승 당시에 고척 마운드에 있었으니까”라면서 “이젠 마무리 욕심도 없고, 주어진 상황서 마무리에게 배턴을 잘 넘겨줄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 불펜 투수는 언제든 나가라고 하면 나갈 수 있어야 한다”라고 했다.
특별한 목표는 없다. 약 60경기 정도 등판하면 최소한 자신의 몫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원종현은 “기록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60경기가 항상 목표이긴 한데, 부상이 없으면 성적은 따라올 것이다. 솔선수범해서 좋은 모습을 잘 보여주면 후배들도 따라올 것이다. 내가 먼저 한마디씩 해주면 사이도 편해질 것 같다”라고 했다.
야구인생에서 많은 것을 이룬 NC와 적으로 상대하게 되면 어떤 기분일까. 인터뷰 말미까지 화법이 담담했다. 원종현은 “그냥 다른 유니폼을 입고 NC를 상대하면 기분이 좀 다를 것 같다”라고 했다.
[원종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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