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오키나와(일본) 박승환 기자] 롯데 자이언츠 정태승 플레잉코치가 무려 564일 만에 실전 경기에 등판했다. 완벽한 투구 내용은 아니었지만, 분명한 것은 현역 선수들과 경쟁이 가능하다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줬다.
정태승 코치는 28일 일본 오키나와현 온나손의 아카마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연습경기에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1이닝 동안 2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최고 구속은 142km.
2012년 육성선수로 롯데에 입단했던 정태승 코치는 오랜 기간 꽃을 피우지 못하는 등 1군 통산 8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2.91의 성적을 남긴 뒤 2021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결정했다. 그리고 지난해 롯데의 잔류군 투수코치를 맡았다. 하지만 올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현역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던 정태승 코치는 최근 배영수 1군 투수코치와 대화를 나눈 끝에 코치와 선수를 겸직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국내에서 몸을 만들던 정태승 코치는 지난 27일 3차 스프링캠프가 열리고 있는 일본 오키나와로 건너왔다.
정태승 코치는 일본 합류와 동시에 이날 삼성과 연습경기에 등판했다. 1군 기준으로는 지난 2020년 7월 17일 삼성전 이후 956일, 실전 등판으로는 2021년 퓨처스리그에서 NC 다이노스를 상대한 이후 564일 만에 마운드에 올랐다. 깔끔하진 않았지만, 실점은 없었다.
정태승 코치는 롯데가 2-3로 근소하게 뒤진 5회말 마운드에 섰다. 그리고 첫 타자 김현준을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만들었다. 이후 정태승 코치는 후속타자 구자욱에게 볼넷을 내줬으나, 포수 견제 시작된 협살로 주자를 지워내며 아웃카운트를 쌓았다.
계속해서 정태승 코치는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동엽에게 다시 한번 볼넷을 허용했으나, 후속타자 김태군을 2루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감했다. 오랜만에 마운드에 오른 것을 감안했을 때 투구 내용은 결코 나쁘지 않았다.
3회 2점을 뽑아낸 뒤 추가점을 만들어내지 못하던 롯데 타선도 힘을 내기 시작했다. 롯데는 6회초 윤동희와 김민석의 연속 안타로 만들어진 무사 1, 3루에서 '더블스틸'을 통해 동점을 만들어냈다. 이후 이호연이 역전 1타점 2루타, 한동희와 고승민이 각각 한 점씩을 보태며 6-3으로 경기의 흐름을 뒤집었다.
롯데는 역전에 성공한 뒤 흐름을 지켜냈고, 타선의 도움을 받은 정태승 코치는 공식경기는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오른 마운드에서 승리를 맛보게 됐다.
오랜만에 오른 마운드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정태승 코치는 "2년 만의 실전 경기였기 때문에 긴장이 되더라. 몸을 풀 때부터 루틴도 꼬이고 떨리는 마음이었다"며 "오늘 재미있게 던지고 오자 마음을 먹었는데,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재미있게 던진 것 같다. 다만 승리 투수는 신경 쓰지 않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태승 코치는 마운드로 돌아오겠다는 마음을 먹은 뒤 줄곧 인터뷰를 정중히 고사했었다. 아직 시범경기도 소화하지 않았고, 1군 엔트리에 포함된 것도 아닌 까닭. 복귀를 선언했지만, 마운드에 오를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상황에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정태승 코치는 "솔직한 마음으로는 내가 오늘 던지긴 했지만, 아직 자리를 잡은 것도 아니고, 팀의 이닝을 소화하는 것 같아서 코치님들, 후배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크다. 하지만 앞으로 계속 재밌게 던지자는 마음으로 준비 잘 해보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롯데 자이언츠 정태승 플레잉코치. 사진 = 롯데 자이언츠 제공]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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