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이현호 기자] 대한축구협회(축구협회)는 위르겐 클린스만(58·독일) 감독 선임 배경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말을 피하는 건지, 몰라서 말을 못하는 건지 여전히 알 수 없다.
축구협회는 지난 27일, “클린스만 감독을 축구대표팀 새 감독으로 선임했다. 계약 기간은 2023년 3월부터 2026년 북중미 월드컵 본선까지 약 3년 5개월”이라고 밝혔다. 이어 "연봉 및 세부 사항은 비공개이며, 클린스만 감독은 재임 기간에 한국 거주를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바로 다음날인 28일, 마이클 뮐러 축구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이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클린스만 감독 선임에 대해 협회 입장을 들려줬다. 먼저 그는 “클린스만 감독을 한국 대표팀 새 사령탑으로 선임하게 돼 기쁘다. 하루빨리 클린스만 감독과 함께 성공적인 날을 맞고 싶다”고 말했다.
뮐러 위원장은 “위원회에서 총 61명의 후보군을 선정했다. 그중에서 28명을 추렸다. 28명을 5명으로 다시 걸렀으며, 후보 5명은 1월 30일부터 2월 1일까지 온라인 면담으로 접촉했다. 그 결과 마지막 후보 2명을 추렸고, 최종적으로 클린스만을 선임했다”고 설명했다.
여기까지는 일련의 과정이다. 그렇다면 61명 후보자 중에서 클린스만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이유는 무엇일까. 뮐러 위원장은 이 질문에 애매한 답변만 늘어놨다. 그는 “클린스만 감독은 사람이 좋고, 성격이 강하다. 상당히 매력적인 부분이 많았다”고 답했다.
전술적인 이야기는 전혀 꺼내지 않았다. 뮐러 위원장은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대표팀 감독 자리를 진심으로 원했다. 축구협회와 함께 발전 및 성공하려는 동기부여가 다른 후보자보다 컸다. 한국 축구와 한국 생활에 호의적이었다. 그래서 한국 대표팀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판단했다”고 대답했다.
감독 선임의 모든 권한을 쥐고 있는 뮐러 위원장의 설명을 종합하면, 클린스만 감독은 인성이 좋고 한국 감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그에게 지휘봉을 건넸다는 뜻이다. 월드컵 단골 출전팀의 감독이 된 배경치고는 허술해도 너무 허술하다.
뮐러 위원장은 감독 선임에 앞서 지난 1월 본인의 철칙을 강조한 바 있다. 당시 뮐러 위원장은 “새 감독은 한국 대표팀이 지난 4년간 파울루 벤투 감독 아래서 쌓아온 철학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클린스만을 선임한 뒤에는 말을 바꾸었다. 뮐러 위원장은 “감독마다 추구하는 철학과 스타일이 다르다. 특정 감독의 전술을 따라하고 모방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대표팀을 어떤 전술로 이끌지) 클린스만 감독이 오면 얘기해보겠다. 나중에 클린스만 감독에게 기자들이 직접 물어보면 될 것”이라고 했다.
실망만 남긴 기자회견이었다. 축구협회 복수의 관계자들은 “우리도 당혹스럽다. 감독 선임은 뮐러 위원장이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한 일이다. 전력강화위원회 위원들과도 투명하게 소통하지 않았다. 기자회견에서 속시원하게 말할 줄 알았으나, 오히려 안 한 것만 못한 꼴이 됐다”며 한숨을 쉬었다.
클린스만 체제에서 대표팀이 어떤 성과를 내는지는 앞으로 감독과 선수가 해야 할 일이다. 그 전에 클린스만을 한국으로 데려온 축구협회와 뮐러 위원장은 합리적인 설명을 해야 한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에게 한국 축구 4년을 맡긴 배경을 축구협회 그 누구도 모른다. 4초도 설명하지 못했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게티이미지코리아]
이현호 기자 hhhh@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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