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KIA 김종국 감독은 2022시즌 부임 후 꾸준히 ‘작전 야구’ 혹은 ‘발 야구’의 필요성을 얘기했다. 김 감독은 현역 시절 빠른 발을 앞세운 도루와 한 베이스를 더 가는 능력이 탁월했다. 아울러 은퇴 후에도 이 팀에서 작전, 주루코치를 오랫동안 했다. 국가대표팀 코치로도 일했다.
그러나 정작 사령탑 부임 후 KIA에 작전, 주루의 팀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우지 못했다. KIA는 지난해 팀 도루 103개로 1위, 도루 성공률도 75.2%로 3위였다. 그러나 103개의 도루 중 박찬호 홀로 42개를 책임졌다.
박찬호나 김도영 정도를 제외하면 번뜩이는 주루 센스를 가진 선수가 많지 않다. 오히려 지난해 주루사 57회로 리그 최다 1위였다. 주축 야수 중에선 발이 느린 선수도 제법 있다. 이래저래 김 감독이 화끈하게 작전야구를 구사할 환경은 아니었다.
6월에 발 빠른 최원준이 가세한다. 최원준, 박찬호, 김도영이 하위타선부터 상위타선까지 기동력으로 득점력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박찬호는 투손 스프링캠프 당시 이젠 도루보다 좀 더 생산력 있는 타격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김도영은 확실한 주전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올해도 KIA의 작전야구, 기동력야구는 보지 못하는 것일까. 꼭 그렇다고 보기도 어렵다. 발이 빠르지 않은 선수라고 해도, 미리 약속된 전술을 이행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면 한 베이스 더 가는 야구가 가능하다.
스프링캠프는 작전, 기동력을 점검하고 무기를 만드는 무대다. 사인 체계를 바꾸고 호흡을 맞춰볼 수 있는 시간이다. 한 베이스 더 가는 이미지가 없는 주자가 허를 찌르면, 그 자체로 파급 효과는 커지는 법이다. 1년에 1~2차례만 활용해 점수를 낼 수 있다면, 성공이다. 딜레이드 홈스틸, 페이크 번트 앤 스틸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 점에서 3일 롯데와의 스프링캠프 연습경기는 의미 있었다. 0-0이던 2회말 2사 1,3루서, 과감한 더블스틸이 나왔기 때문이다. 3루 주자 변우혁이 1루 주자 김호령보다 스타트가 살짝 늦었다면 딜레이드 홈 스틸로 봐도 무방한데, 거의 비슷한 타이밍에 뛴 것으로 보였다.
어쨌든 거포 이미지의 변우혁이 발 빠르고 작전수행능력이 좋은 김호령과 함께 전술을 완성했다는 게 의미 있었다. 변우혁이 뛸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만으로도 성공이다. 변우혁은 데뷔 후 단 1개의 도루도 하지 못한 선수다. 한승혁(한화)을 포기하고 데려온 거포 유망주. 긁지 않은 복권에 내실을 더했다.
안타로만 점수를 내는 건 힘들다. 장기레이스에서 항상 타격 사이클이 최고점에 있을 수도 없다. 작전야구가 필요한 시점은 분명히 찾아온다. 상대적으로 KIA가 작년에 강하지 않았던 파트. 김 감독의 로망이라면 거창한 표현이고, KIA가 강해지려면 반드시 더해야 할 디테일이다.
[변우혁.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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