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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간) 미국 LA 돌비씨어터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역경을 이겨낸 배우들에게 바치는 축제였다.
지난해 윌 스미스가 크리스 록을 폭행한 아픈 기억은 저 멀리 사라졌다. 이날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키 호이 콴(남우조연상), 양자경(여우주연상), ‘더 웨일’의 브랜드 프레이저(남우주연상)의 수상소감은 그 자체로 영화적이었다.
이어 ““난 난민 캠프에 있었다. 보트를 타고 긴 여정을 통해 이렇게 큰 무대까지 왔다. 믿을 수가 없다. 이게 아메리칸 드림이다”라고 외쳤다.
그는 베트남전쟁의 난민으로 홍콩 난민 캠프에서 살다가 미국으로 건너왔다. 어린 시절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인디아나 존스: 마궁의 사원’(1985)과 ‘구니스’(1986) 두 작품을 찍은 뒤 스크린에서 자취를 감췄다. 동양계 아역배우에게 기회를 주는 제작사는 없었다.
그는 배우를 포기하고 스턴트맨, 무술연기 지도자, 연출부 등을 전전했다. 왕가위 감독의 영화 ‘2046’의 조연출로도 일했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2018)을 보고 아시아계 배우에게도 기회가 있다고 판단한 그는 ‘에브리씽’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콴은 “아내는 20년전부터 당신의 시대가 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나는 꿈을 포기했었다. 여러분들은 꿈을 믿어야한다”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영국에서 발레를 배운 그는 1983년 미스 말레이시아로 선발됐고, 80~90년대 ‘예스마담’ 시리즈와 ‘폴리스 스토리3’로 스타덤에 올랐다. 1997년 ‘007 네버다이’로 할리우드에 진출했지만 아시아 여성에게 매력적인 캐릭터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는 여성, 아시아인이라는 비주류의 한계를 극복하고 나이 60살에 정상에 올랐다.
‘에브리씽’은 제이미 리 커티스까지 3명의 연기상 수상자를 배출했는데, 이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네트워크’에 이어 역대 세 번째 기록이다.
프레이저는 “저에게 창의적인 생명줄을 던져주고 ‘더 웨일’이라는 좋은 배에 태워준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에게도 감사를 전한다. 더불어, 각본가인 사무엘 D. 헌터는 저희의 등대였다”고 소감을 시작했다.
이어 “30년 전에 이 업계에 발을 들여놓았는데, 그 당시에는 감사하지 못 했던 것들이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인정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함께한 배우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에브리씽’은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까지 휩쓸며 7관왕을 차지했다.
버라이어티는 “이번 수상은 익살스러운 영화로 1억 달러라는 놀라운 흥행 성적을 거둔 인디 스튜디오 A24의 승리로, 아트하우스 영화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둔 것”이라면서 “또한 4개의 연기상 중 3개를 휩쓰는 보기드문 쾌거를 달성했다”고 보도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참호 생활을 다룬 영화 ‘서부전선 이상없다’는 국제장편상을 비롯해 4관왕에 올랐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피노키오’는 최우수 애니메이션 영화로 선정됐다.
'서부 전선'과 함께 9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던 '이니셰린의 밴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파벨만스', 로큰롤 스타 엘비스 프레슬리 일대기를 그린 '엘비스'는 빈손으로 돌아갔다.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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