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지난 2021년 도쿄올림픽. 강백호에게는 잊을 수가 없는 대회였다. 의도치 않았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논란'이 불거졌던 대회였기 때문이다. 동메달 결정전이 진행되고 있던 당시 패색이 짙어가던 중 중계 카메라가 강백호의 모습을 잡았다. 더그아웃에 몸을 기댄 강백호는 껌을 질겅질겅 씹고 있었고, 해설을 맡았던 '코리안특급' 박찬호가 후배의 행동을 크게 꾸짖었다.
올림픽 '노메달'의 수모와 강백호의 행동에 국민들의 비판과 비난은 쏟아졌다. 그리고 강백호의 행동이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당시 올림픽 사령탑을 맡았던 김경문 감독은 물론 소속팀 이강철 감독까지 고개를 숙이는 사태로 번졌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강백호는 다시 한번 구설수에 올랐다. 이번에는 야구 외적인 것이 아닌, 플레이 때문이었다.
한국은 'WBC 4강 진출'이라는 목표로 대회를 준비해 왔다. 목표를 이루기 위한 가장 첫 번째 관문은 8강 진출.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호주를 잡아냈어야 했다. KBO와 WBC 기술위원회는 호주 대표팀에 선발될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의 약점을 분석해 낙차 큰 변화구를 위닝샷으로 보유하고 있는 투수들과 좌투수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30인 명단을 꾸렸다. 하지만 한국은 호주에 7-8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패배의 원인은 정말 많았지만, 이번에도 가장 주목을 받았던 것은 강백호였다. 4-5로 뒤진 7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한국 벤치는 대타로 강백호를 투입했다. 그리고 강백호는 중견수 방면에 2루타를 뽑아내며 팀에 기회를 안기는 듯했다. 하지만 이때 격한 세리머니를 펼치던 강백호의 발이 2루 베이스에서 떨어졌고, 호주는 이를 놓치지 않고 비디오판독을 요청했다. 그 결과 세이프였던 판정은 아웃으로 번복됐다.
강백호는 이해할 수 없다는 제스처를 취했으나, 느린 그림을 통해 본 강백호는 명백한 아웃이었다. 강백호는 안일한 플레이로 찬물을 끼얹었고, 한국은 치열한 공방전 속에 7-8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이후 한국은 일본에 4-13로 완패하면서 8강 진출 가능성이 희박해졌고, 13일 호주가 체코를 잡아내면서 2013년과 2017년에 이어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굴욕'을 겪게 됐다.
13일 중국전을 마친 뒤 믹스트존을 빠져나가던 강백호는 "기대해 주신 팬분들께 죄송한 마음이 크다. 기대하신 만큼 잘 못해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어렵게 말 문을 열었따.
그리고 호주전 상황에 대해서도 그동안 다물어왔던 입을 열었다. 강백호는 "그 상황에서는 내가 아쉬웠던 것은 맞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보여드려서는 안 될 플레이였다. 하지만 너무 기분이 좋아서 주체를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아쉬운 플레이가 나왔다"며 '마음고생'에 대해서는 "나는 괜찮다. 기대해 주신 팬분들께 실망을 드렸다는 것이 죄송하다. 그리고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해 죄송하다"고 연신 고개를 숙였다.
결과가 아쉬웠던 것은 분명하다. 지켜보는 팬들도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선수들은 더욱 분했을 것. 강백호는 "정말 열심히 준비했었다. 그래서 아쉬움이 크다. 이번에 준비한 만큼 시즌에서도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안 좋게 보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나를 좋아해 주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많다. 모두 나를 좋아해 달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선수로 성장한 모습, 인간성이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도쿄올림픽에 이어 WBC까지 '논란'의 중심에 섰던 강백호가 두 차례 시행착오를 통해 말이 아닌, 더욱 성숙한 모습을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란다.
[강백호가 9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진행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과 호주의 경기 7회말 1사 후 대타로 나와 2루타를 친 뒤 세리머니하는 과정에서 베이스에서 발이 떨어져 아웃되고 있다. 사진 = 도쿄(일본)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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