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영화
개그맨 겸 감독 박성광이 첫 상업영화에 선뜻 특별 출연해준 배우 정우성을 두고 한 말이다.
16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성광은 "촬영장에서 여자 스태프가 웃을 줄 아는지 몰랐다. 마스크 벗은 모습을 처음 봤다. 정우성과 사진 찍으려고 마스크를 벗더라"라며 "정우성이 연구를 많이 해왔다. '나도 연출을 하는데 안 힘들었냐'고 묻더라. 각본을 어떻게 생각했는지도 궁금해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웅남이'는 반달곰이라는 특별한 비밀을 가진 사나이가 특유의 짐승 같은 능력으로 국제 범죄 조직에 대항해 공조 수사를 하며 벌어지는 코믹 액션 영화다. 단군신화에 나오는 '쑥과 마늘을 먹고 인간이 된 곰' 설화를 재해석했다.
영화 예술학을 전공한 박성광은 2011년 초단편영화 '욕'으로 제3회 서울국제초단편영상제 개막작에 선정된 뒤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감독으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배우 박성웅부터 이이경, 최민수, 염혜란까지 출연진 면면이 화려하다. 박성웅이 사람이 된 쌍둥이곰 웅남이, 웅북이를 동시에 맡았고 이이경은 웅남이의 절친인 유튜버 말봉 역이다. 우연히 발견한 웅북이를 싸움 병기로 키우는 범죄 조직 두목 정식은 최민수가, 웅남이의 엄마 경숙은 염혜란이 연기했다.
박성광에게 영화는 "막연한 꿈"이었다. 박성광은 "어릴 때도 영화 '영구와 땡칠이', '우뢰매'를 보며 연기도 하고 감독도 하고 싶었다"고 돌이켰다.
하지만 심적 압박으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다. 박성광은 "머리에 구멍이 났다. 염증도 생겼다.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다"며 "'개승자', '두시탈출 컬투쇼'를 하고 있었다. 통영에서 상암까지 갔다가 끝나면 다시 상암으로 갔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통영에 왔다 갔다 해야 했다. 하다보니 어느 날 탈장인 줄 알았다. '탈장해도 일할 수 있나'라고 제작사 대표가 검색해보더라"라고 애써 웃어 보였다.
박성광은 12년 전 '꼭 영화감독이 돼 대본을 드리겠다'고 했던 박성웅을 떠올리며 '웅남이'를 각색했다. 박성광은 "박성웅을 보니 고생을 많이 했더라. 꿈이 확고했다. 열정도 가득했다. 자주 못 볼 수도 있겠단 생각이었다. 앞으로 바빠지겠더라. 잘될 거로 확신했다"고 극찬했다.
아울러 "입봉이고 개그맨 출신인 연출자라 배우와 접촉할 기회가 없다"며 "쓰면서 박성웅 외에는 생각해본 적 없다. 다른 배우를 섭외하면 용납이 안 되고 실례일 것 같았다. 차라리 다시 쓸지언정 아닌 것 같더라"라고 설명했다.
박성광은 박성웅에게 확답을 받기까지 나흘 동안 심히 가슴 졸였다. 박성광은 "바로 답변해준다고 했는데 세 시간 동안 답이 없더라. 분위기가 안 좋았다. 내일 연락 올 거로 생각했다. 이튿날도, 사흘째도 안 왔다. '너무 별로였나보다' 했다. 제작사랑 싸웠다. 짐 싸자고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차 타고 집에 가고 있었다. 비까지 내리더라. 갑자기 차에 '박성웅 형님'이라고 뜨더라. 나흘째였다. '여보세요' 했더니 목소리에서 기분이 안 좋아 보였다. 바로 사과했다. '부족한 게 있는 것 같다'고 하더라. '같이 수정 한번 해보자. 캐스팅보드에 내 이름 올려라'라고 했다. 반전이었다. 기분이 확 좋아지면서 모세의 기적처럼 길이 뚫리고 비가 그쳤다. 환상일 수 있는데 진짜"라고 웃었다.
박성광의 아내인 방송인 이솔이는 SBS 예능 '동상이몽2' 촬영차 현장에 방문했다가 단역으로 힘을 더했다. 박성광은 "시골에서 촬영하다 보면 의외로 돈이 많이 든다. 보조 출연자가 멀리서 와야 한다. 특히 통영은 잘 없다. 한 분 한 분 소중하다. 그래서 옷을 바꿔 입혀 돌려 쓸 때도 있다"며 "최대한 안 보이게끔 했다"고 뒷이야기를 남겼다.
영화를 내놓기까지 일주일이 채 안 남은 시점에서 "대중에게 어떻게 보일지가 제일 큰 고민"이라는 박성광은 "큰 욕심 내지 말고 부딪히려고 한다"며 "개그맨이 왜 됐냐고 물어보면 항상 즐거움을 주는 게 좋다고 했다. 똑같다. 지금도 여전히 즐거움을 주고 싶다"고 소망했다.
차기작도 염두에 두고 있다. 박성광은 "자만으로 들릴 수 있지만 조금씩 준비하고 있다. 세상에 나올지 안 나올지 모르겠다"며 "개그맨에 관한 영화"라고 귀띔했다.
'웅남이'는 오는 22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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