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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도쿄(일본) 박승환 기자] 쿠리야마 히데키 일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이 4강 진출에 대한 소감을 밝히던 중 인터뷰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당황스러울 상황이지만 '애제자'의 모습을 그저 흐뭇하게 바라봤던 사령탑이다.
일본 대표팀은 16일 일본 도쿄 분쿄구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준결승(8강) 이탈리아 대표팀과 맞대결에서 9-3으로 승리했다. 일본은 2006-2009-2013-2017년에 이어 5년 연속 WBC 4강 무대에 안착하게 됐다.
압도적인 경기력이었다. 일본은 선발 오타니가 4⅔이닝 동안 투구구 71구, 4피안타 5탈삼진 3사사구 2실점(2자책)으로 역투, 이토 히로미(⅓이닝)-이마나가 쇼타(1이닝)-다르빗슈 유(2이닝 1실점)-타이세이(1이닝)를 차례로 투입하며 현역 빅리거들이 대거 포진한 이탈리아 타선을 단 3점으로 묶어냈다.
타선에서는 '9000만 달러(약 1181억원) 사나이' 요시다 마사타카가 2타수 1안타(1홈런) 2타점 2득점으로 결승타점을 뽑아냈다. 그리고 '5년 연속 30홈런'의 오카모토 카즈마가 2타수 2안타(1홈런) 5타점 1득점 2볼넷, 오타니가 4타수 1안타 2득점 2볼넷, '56홈런' 무라카미 무네타카가 3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 1볼넷으로 맹활약했다.
일본 선수단은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승리한 뒤 그라운드에 도열해 뜨거운 응원을 펼쳐준 4만 1723명의 팬들을 향해 모자를 벗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지난 15일 4강 티켓을 손에 넣은 뒤 엄청난 기쁨을 표출한 쿠바 선수들과 달리 일본 대표팀은 의외로 담담한 모습이었다. 지금까지 우승-우승-3위-3위에 올랐던 만큼 결코 4강에 만족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어쩌면 당연하다는 듯한 모습.
팬들과의 인사를 마친 뒤 쿠리야마 히데키 일본 감독은 가장 먼저 3루 더그아웃을 향해 뛰었다. 메이저리그의 '전설'이자 이탈리아 대표팀 사령탑 마이크 피아자 감독과 인사를 나누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도쿄돔에는 마운드 근처에는 '승장' 쿠리야마 감독의 인터뷰를 위한 장소가 마련됐다. 쿠리야마 감독은 "여러분들 정말 감사합니다"라며 열띤 성원에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리고 '팬들의 큰 함성. 타선의 연결성도 좋았다'는 질문이 이어졌다.
그런데 이때 쿠리야마 감독의 인터뷰가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팬들의 모든 시선은 쿠리야마 감독이 아닌 다른 쪽으로 쏠렸다. 바로 LA 에인절스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지만,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로 만나 선의의 경쟁을 펼친 오타니 쇼헤이와 마이크 데이비드 플레처의 만남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사실 오타니는 경기가 끝난 후 플레처가 나오길 한참을 기다렸다.오타니와 플레처가 인사를 나누자 쿠리야마 감독을 집중 조명하던 일본을 비롯한 외신 사진 기자들은 모두 이들을 향해 뛰었다. 그리고 팬들 또한 쿠리야마 감독이 아닌 오타니와 플레처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뜨거운 함성이 쏟아져 나왔다. 인터뷰를 진행 중이던 쿠리야마 감독도 본의 아니게 입을 다물게(?) 됐다. 오타니와 플레처는 약 30~1분가량의 인사를 나눈 뒤 각자의 더그아웃으로 이동했다.
어떤 이야기를 나눴을까. 플레처는 "져서 속상하지만, 일본도 훌륭한 팀"이라며 "언제나 오타니는 우리 편이지만, 오늘은 적으로 싸워서 즐거웠다. 오늘 같은 경기는 한 단례 레벨이 더 올라간 느낌이다. 오타니에게는 '마이애미에서도 힘내서 이기고 와. 오늘 우리가 졌으니, 일본은 끝까지 가 달라'는 말을 했다"고 설명했다.
오타니와 플레처의 만남이 끝나자 팬들과 외신 사진 기자들은 다시 쿠리야마 감독에게 시선을 돌렸다. 쿠리야마 감독은 인터뷰가 갑작스럽게 중단된 탓에 당황한 듯했지만, '애제자' 오타니와 플레처가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그러고는 "죄송합니다. 말씀드리겠습니다!"라며 재치 있게 인터뷰를 이어갔다.
쿠리야마 감독은 "그동안 사람들 앞에서 이러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팬 여러분들도 마음에 와닿았을 것이다. (오타니) 쇼헤이가 1구, 1구 소리를 질러가며 어떻게든 하고 싶다는 것이 느껴졌을 것이다. 모두에게 그렇게 전달이 됐다"며 "야구를 발전시키기 위해 미국에 뛰는 선수들을 이겨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4강에서도) 꼭 이겨내고 싶다"고 우승을 다짐했다.
[오타니 쇼헤이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쿠리야마 히데키 감독, 데이비드 플레처와 인사를 마친 오타니 쇼헤이. 사진 = 도쿄(일본)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게티이미지코리아]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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