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LG 서건창은 FA 삼수생 신분으로 2023시즌을 준비한다. 2021시즌 후반기부터 LG에서 보낸 1년 반은, 냉정히 볼 때 처절한 실패였다. 2021년 144경기에 모두 나섰으나 타율 0.253 6홈런 52타점 78득점, 2022시즌에는 77경기서 타율 0.224 2홈런 18타점 39득점.
키움 시절이던 2020시즌부터 시작된 하락세가 장기화되고 있다. 그런데 올 시즌에는 외부환경에 중요한 변화가 있다. 그를 발굴하고 키워낸 염경엽 감독과 재회했기 때문이다. 염 감독은 무명의 서건창이 넥센 시절 KBO리그 최고 2루수로 성장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던 지도자다.
서건창의 부진은 2014시즌 201안타를 터트린 폼을 잃으면서 시작됐다는 게 중론이다. MVP에 선정된 뒤 더 좋은 선수로 거듭나기 위해 스스로 200안타 때의 폼을 버리고 장타를 장착하다 실패한 뒤, 예전 폼으로도 돌아가지 못한 채 어정쩡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염경엽 감독은 20일 시범경기 광주 KIA전을 앞두고 “200안타로 홈런왕(박병호, 당시 52홈런)을 제치고 MVP를 먹었는데 왜 바꾸냐. 그걸로 건창이 폼이 흔들렸고 정립이 안 됐다. 이랬다 저랬다가 다시 잡아가는 과정이다”라고 했다.
2014시즌 이후 다시 200안타를 돌파하지 못했다. 그래도 2019시즌까지 꾸준히 3할(2015년 0.298) 이상을 때렸던, KBO리그를 대표한 교타자이자 스프레이 히터였다. 하지만, 2020시즌에 0.277로 주저앉더니 지금에 이르렀다.
염경엽 감독은 폼 수정을 선호하지 않는 지도자다.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루틴, 매커닉을 찾은 뒤 꾸준히 유지해야 성공한다고 믿는 지도자다. 실제 성공한 스타가 대부분 그랬다. 이를테면, 교타자로 성공한 타자가 장타에 욕심을 내 벌크업을 하면 100% 실패했다는 근거를 댄다. 타격은 포인트, 타이밍의 싸움이라는 지론이다.
염 감독은 “200안타를 쳤던 시절의 건창이를 아니까, 그때 뭐가 좋았고, 어떤 걸 갖고 있어서 어떻게 스프레이 히터가 됐는지 그 설명만 했다. 그래야 어떤 훈련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나머지는 본인이 느끼면서 하는 것이다. 감독과 코치는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고, 선수가 설득이 되느냐 안 되느냐가 중요하다”라고 했다.
염 감독은 이미 서건창에게 충분히 설명했으니, 받아들이고 준비하는 건 본인의 몫이라는 의미다. 그는 “선수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따라하는 것밖에 안 된다. 그래서 감독과 코치도 노력해서 선수에게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다만, 선수 본인이 마음에 의심이 있으면 꾸준히 못 간다. 방향대로 안 가면 뭐라고 할 수 없다. 자기 인생이다. 다 시킨다고 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서건창이 염 감독을 만나 2014년의 폼을 다시 장착해 부활하느냐가 올해 LG의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LG는 수년간 2루에 고민이 있었고, 염 감독은 일단 서건창에게 다시 충분히 기회를 줄 생각이다. 시범경기는 서건창의 변화 여부를 엿볼 수 있는 시간. 일단 6경기서 23타수 7안타 타율 0.304 3타점 3득점 1볼넷으로 나쁘지 않다.
[서건창.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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