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이현호 기자] 2022년 카타르 월드컵 16강에 진출과 10여 년 전 승부조작 사태의 주범이 무슨 관련이 있을까.
대한축구협회(KFA)는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징계 중인 축구인 100명에 대해 사면 조치했다. 사면 대상자는 각종 비위 행위로 징계를 받고 있는 전현직 선수, 지도자, 심판, 단체 임원 등이다.
KFA는 “대상자 중 지난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으로 제명된 당시 선수 48명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목이 가장 큰 논란이다. 2011년 K리그에 승부조작 사태가 벌어져 리그 존폐 위기까지 내몰렸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축구인도 있다. 한국 프로스포츠 역대 최악의 사건으로 불리는 일이다.
갑작스러운 사면에 축구계 반발이 크다. 그것도 승부조작범을 사면한 건 대단히 실망스러운 일이다. 심지어 KFA는 “월드컵 10회 연속 진출과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자축하고, 축구계의 화합과 새 출발을 위해”라고 설명했다.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이 승부조작범 사면으로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사회 하루 뒤인 29일, KFA는 “이번 사면 대상자 중 승부조작 가담자 48명은 벌금형과 집행 유예형, 그리고 1년 내지 2년의 징역형 등의 형벌을 받은 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 또한 이 중 27명은 2013년 프로연맹에서도 승부조작 가담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보고 협회에 징계 감경 건의를 했으나 협회 이사회에서 추인이 거부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KFA는 이들이 이미 국가의 처벌을 받았으며, 긴 시간 징계를 받아 많은 반성을 했다고 판단했다. 처음 징계 감경 건의가 올라왔던 시점에서 10년이 지난 지금, 그때와 달리 이들이 프로축구 현장에서 선수 및 지도자로 복귀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다만, 이들에게 한국축구 발전에 기여할 기회를 다시 한번 주기로 한 결정을 이해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승부조작범에게 한국축구 발전에 기여할 기회를 다시 한번 주자니, 통탄스러운 일이다. 한국 축구계가 승부조작범에게 업무를 다시 맡길 정도로 인재가 없는 것도 아니고, 그들이 남기고 떠난 상처가 완전히 아문 것도 아니다. 설사 상처가 아물었다 한들 이들은 축구계에 불필요한 요소다.
KFA는 이번 이사회를 통한 사면 의결 및 추가 설명으로 신뢰를 잃었다. 이번 선례 탓에 앞으로 월드컵 16강에 진출하거나, 또 다른 국제대회에서 전국민적인 응원을 받을 때마다 KFA가 사면을 남발할 수 있다. 한국 축구가 어렵게 걸어온 길을 KFA가 싹둑 잘라버렸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제공,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이현호 기자 hhhh@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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