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박지아는 최근 서울 종로구 수표동에 있는 마이데일리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파트1, 2에서 학폭(학교폭력) 피해자 문동은(송혜교) 엄마 정미희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친 바. 알코올 중독자의 광기에 '천륜'을 내세워 딸의 인생을 짓밟는 악행으로 '동은 오적' 박연진(임지연)·전재준(박성훈)·이사라(김히어라)·최혜정(차주영)·손명오(김건우)를 뛰어넘는 '최강 빌런'으로 꼽히며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캐아일체' 연기력으로 역대급 분노와 소름을 유발, 작품의 몰입도와 완성도를 높였다.
박지아는 서울예대 출신으로 지난 2002년 영화 '해안선'으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이후 영화 '기담'(2007) 속 엄마 귀신 역할로 이름을 알렸으며 영화 '곤지암' '클로젯', 드라마 '손 the guest' '붉은 단심' '클리닝 업' 등 다수의 작품에서 활약했다.
그는 "'더 글로리'는 2021년 11월, 연말에 안길호 감독님으로부터 미팅 제안을 받았다. 미팅이라고 하셨지만 오디션이라고 생각하고 갔다. 김은숙 작가님에 안길호 감독님 작품이라 기대는 많이 됐지만 사실 제가 함께할 거라는 생각은 못 했다. 워낙 큰 작품이니까, 될 리가 없지 않겠나 하는 마음이었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얘기를 나누던 중에 감독님이 '대본 받아 가시죠' 하시는 거다. 저는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은데, 모든 일이 순식간에 일어났다. 그때는 대본을 펼쳐보기도 전이라서, 동은 엄마 역할인 지 모른 채로 갔었다. 나중에 작가님께서 대본 리딩 때 '지아 씨 작품 다 찾아보고 감독님께 추천드렸다'라는 말씀을 해주셨다"라고 출연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특히 그는 "딸을 내팽개치고 2,000만 원을 갖고 튄 엄마가 18년 뒤에 어떻게 됐을까 생각했을 때, 잘 되지 못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파트2에선 미희가 살이 빠져 있는 비주얼을 만들기 위해 제 인생에 없던 몸무게 숫자를 찍었다. 7~8kg 정도 감량해서, 앞자리 '4'를 처음 봤다"라고 노력을 전했다.
뿐만 아니라 박지아는 "정미희가 딸 집에 화재를 내는 장면에서, 왠지 빨간색 뚜껑의 소주를 마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촬영장 가기 전날 직접 마트에 들러 빨간색 뚜껑 소주 40병을 사서 차 트렁크에 넣어뒀다. 소품팀에서 다 준비를 해주셔서 세팅이 초록색으로 되어 있었는데 화면상에서 잘 보이지 않더라도 정미희는 초록색 뚜껑은 안 마실 것 같았다. 그래서 소품팀 팀장님과 감독님께 조심스럽게 바꿔도 괜찮을지 제안을 드렸는데 다행히 허락해 주셨다"라고 놀라운 디테일을 자랑했다.
그는 "정미희가 되기 위해 정말 별의별 상상들을 다 했다. '이 여자는 발톱을 며칠 만에 자를까', '발톱에 때가 있진 않을까' 등등. 알코올 중독자 영상도 찾아보고, 미혼모 가정 관련 영상을 보기도 했다. 술집에서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해 참고하고. 결국엔 누구를 따라 하기보다 제가 알코올 중독자가 되는 게 빠르겠더라. 실제로 술을 마셨다는 얘기는 아니다. 오히려 '더 글로리'를 찍을 때는 술을 딱 한 번 마셨다. '나는 알코올 중독자다' 세뇌시키며 스스로를 몰아넣었다. 마지막 장면을 찍고 몸이 뒤틀린 듯, 창자가 쪼그라들어 수분이 없는 것 같은, 무말랭이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 촬영할 때는 몰랐는데, 끝나고 좀 아팠다. 아직은 배우로서 가는 길이 신계에 올라가지 않은 상태라 여유가 없다. 저를 이렇게 몰아쳐서 가는 편이다"라고 미친 열연의 비결을 엿보게 했다.
그는 "제가 조금 다른 식으로 표현하고 싶은 부분이 있을 때면 송혜교가 기다려줬다. 바로 다음 대사가 들어와야 하는 순간에 그렇지 않으면 불편하다 할 수도 있는데, 송혜교는 기다려주더라. 본인도 이미 그 인물에 푹 빠져 있어서, '엄마가 어떻게 하든 어떻게 들어와도 받을 준비가 다 되어 있다'라는 배우로서 자신감과 포스가 느껴졌다. 되게 멋있고, 아름답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박지아는 "전체 촬영 첫 신이었는데 눈이 엄청 왔다. 긴장돼서 너무 가고 싶은데, 가기가 너무 싫은 그런 기분이었다. 대본도 촬영도 모든 게 다 준비되어 있고 제가 등장만 하면 되는데 이발소 커튼만 붙잡고 있었다. 이걸 열어, 열지 마 손에 힘을 꽉 쥐면서. 이렇게 진땀을 흘리며 첫 촬영에 임했지만 그날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이발소 창밖으로 내리는 눈이 왠지 모르게 영화처럼 벚꽃이 날리는 것 같이 보였고 따뜻했다"라고 밝혔다.
가족들의 반응은 어떨까. 박지아는 "엄마가 너무 좋아하신다. 근데 자기들이 왜 이렇게 긴장을 하는지(웃음). 원래 제가 작품 한다고 메시지 보내고 그러지 않으시는데 이번엔 메시지를 보내셨더라. 인터뷰 때 말 조심하라고 신신당부를 하시고 초심 잃지 말고 행동 조심하라고. 저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말이다"라고 귀여운 반응을 전했다.
이어 "앞으로도 저는 제 길을 갈 거다. 역할이 저를 어디로 데려가 주든 또 거기서 제가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발휘할 것"이라며 "최선을 다할 테니 지켜봐 달라"라고 말했다.
['더 글로리'에서 문동은(송혜교) 엄마 정미희 역을 연기한 박지아.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넷플릭스]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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