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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 분유를 훔치고 있는 40대 미혼모의 모습. /강원경찰청 제공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넉넉지 못한 가정형편에 대형마트를 돌며 갓난아기에게 줄 분유와 기저귀 등을 훔친 40대 미혼모에게 경찰이 사비로 대신 분윳값을 내준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2일 강원경찰청을 인용한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월 23일 원주시 관설동 한 대형마트에서 한 여성이 물건을 훔치고 있다는 112신고가 접수됐다. A씨는 식료품과 분유, 기저귀 등 약 17만 원어치 물품을 계산하지 않고 마트를 빠져나가려다 이를 수상히 여긴 보안요원에게 적발됐다.
그는 출동한 경찰에게 “조리원에서 막 나온 아기가 10시간 동안 밥을 못 먹었다”며 “수중에 돈이 하나도 없어서 잘못된 줄 알면서도 분유 등을 훔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A씨를 붙잡은 치악지구대 소속 고탁민(34) 경사는 처음엔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고 한다. 절도범들이 으레 하는 변명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이에 고 경사는 A씨와 함께 그가 살고 있는 원룸을 찾았고 그 안에서 목 놓아 울던 생후 2개월짜리 갓난아기의 모습을 발견했다.
A씨는 이전에도 절도 범죄를 두 차례 저질러 각각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생활고에 벌금을 미납해 수배된 것으로 알려졌다.
홀로 아기를 키우면서 육아수당 등으로만 생활 중이던 A씨는 이날 역시 분윳값을 낼 돈이 없어 이같이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경찰에 “조산아로 인큐베이터 생활을 한 아이가 혹여 잘못될까 두려웠다”고 진술했다.
사연을 전해 들은 고 경사는 곧장 마트로 돌아가 아이에게 줄 분유를 사비로 구매한 뒤 A씨에게 건넸다.
지난 12월 한 아이의 아빠가 된 고 경사는 “A씨가 울면서 잘못을 인정하니 마음이 아팠다”며 “어떻게든 아기를 책임지기 위해 그런 행동을 한 것 같아 안타까웠고 조사를 받으러 가더라도 우선 아기 끼니부터 해결해야겠다 싶었다”고 설명했다.
고 경사는 분유를 건넨 이후에도 벌금을 분할 납부할 수 있는 지원 정책 등을 안내하는 등 A씨를 도왔다.
사건 일주일 뒤 A씨는 고 경사에게 “당시 경황이 없어서 감사 인사를 못 했다”며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원주경찰서는 A씨를 지난 3월 말 절도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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