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키움 우완 파이어볼러 장재영(21)은 4월18일 고척 삼성전 이후 오랫동안 2군에 머물렀다. 퓨처스리그 6경기서 3승 평균자책점 1.67. 성적보다 더 눈에 띄는 건 장재영이 2군 생활을 하면서 다시 한번 마인드컨트롤을 했다는 점이다.
장재영은 이번 2군 생활을 시작하면서 자신의 냉정한 위치를 받아들였다. “다시 1군에 도전할 수 있는 시기다. 감사했다. 결국 볼넷을 줄이는 게 목표다. 마음가짐부터 바꿨다. 캐치볼을 할 때부터 던지고자 하는 곳에 던질 수 있게 했다. 기본에 충실했다”라고 했다.
오랜만에 1군에 올라와 다시 선발 등판했다. 4일 인천 SSG전서 3이닝 6피안타(1피홈런) 5탈삼진 1볼넷 2실점했다. 사실 선발투수로서 합격점을 받을 수 없는 경기였지만, 지난 3년간 볼넷과 제구 난조와 싸우던 투수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얻어맞아 실점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공이 안 통하는 게 아니라는 걸 실감한 경기였다.
얻어맞는 걸 의식해 무리하게 코너워크 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럴 능력까지는 없는 투수다. 스트라이크 존 가운데를 보고 던지니 홈런도 맞고 실점도 했지만, 볼넷은 단 1개뿐이었다. 타자가 치기를 기대하고 던졌고, 쓸데없이 주자를 모아두지 않으니 3이닝까지 소화할 수 있었다.
장재영은 “공격적으로 승부했다. 방망이에 맞추려고 했다. 빗맞은 타구가 안타가 되는 경험도 덜해봤다. 공부가 많이 된 경기였다”라고 했다. 심지어 “이닝을 길게 끌고 갈 생각도 안 했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하고 내려오자는 마음이었다. 최선을 다했고, 후회 없는 경기였다. 운도 좋았다”라고 했다.
SBS스포츠 김태형 해설위원은 올 시즌 중계 도중 일정 레벨에 오르지 않은 투수가 선발등판할 때, 긴 이닝을 던지기 위해 힘을 안배해 던지는 게 자신이나 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일갈한 적이 있었다. 일단 전력투구를 해서 자신의 장점을 확인하고 단점을 보완하는 게 우선이라는 얘기였다. 장재영의 현실적 위치이기도 하다. 안우진처럼 완급조절을 잘 할 수도 없고, 그럴 단계도 아니다.
장재영은 “2군에서 부족한 걸 느꼈다. 내 위치를 인정했고, 내려놓고 다시 시작했다.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야 한다. 돌이켜보면 볼넷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그래, 나 볼넷 많이 주는 투수야’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볼넷을 내줘도 타자와 싸우다가 주는 건 괜찮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산전수전을 겪은 정찬헌의 조언도 장재영에게 힘이 됐다. 어차피 공 자체에 위력이 있으니, 도망가지 않고 정면 승부를 해도 그렇게 많이 안 얻어맞는다고 했다. 격려가 아니라 팩트다. 장재영은 “찬헌 선배님이 본인도 어릴 때 공이 빨랐는데, 어떤 마음으로 임했고, 지금은 또 어떤 생각인지 잘 얘기해줬다”라고 했다.
얻어맞지 않기 위한 코너워크, 도망가는 투구가 아무런 의미 없다는 걸 깨달으니, 패스트볼과 짝을 이룰 구종, 피치디자인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당시 SSG 타자들에겐 커브가 잘 통했다. 150km 초반의 공이 있는 장재영에게 커브는 참 매력적이다. 구속 차로 타자들의 타격 타이밍을 흐릴 수 있다는 걸 느낀 경기였다.
장재영은 “직구를 강하게 던져 헛스윙을 유도할 수도 있는데, 변화구를 던져서 헛스윙을 유도할 수도 있다. 내 커브를 못 치는 타자가 많았고, 자신감도 있었다”라고 했다. 그렇게 조금씩 선발투수가 해야 할 일과 자세를 알아가고 있다. 3년이란 시간이 걸렸지만, 인생은 속도보다 방향이다. 장재영이 그걸 느꼈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등판이었다.
장재영은 “볼넷을 줘도 후회 없이 던지려고 한다. 그날 문학에 도착할 때부터 기분이 새로웠다. 타자와의 승부를 즐기고 내려가려고 한다. 다음 등판도 그렇게 준비하려고 한다”라고 했다. 11일 수원 KT전 등판 결과를 떠나, 달라진 장재영을 또 한번 확인한다면 키움으로선 최소한 하나는 얻는 경기가 될 수 있다. 알고 보면, 장재영은 2군에서 인생을 배운 것일지도 모른다.
[장재영.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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