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8연속 볼을 던져도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3자책점 이하)를 하며 팀 승리를 이끈 매력적인 투수가 있다. KIA 타이거즈 차세대 에이스 이의리(21)가 주인공이다. 그는 올림픽, WBC에서 이어 아시안게임에서도 국가대표로 선발된 대한민국을 이끌 좌완 파이어볼러다. 하지만 제구력 불안이라는 문제는 항상 따라다니는 투수다.
지난 10일 경기에서도 그랬다.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선발 등판한 이의리는 6이닝 4피안타 4탈삼진 3볼넷 3실점으로 시즌 6승(3패)을 달성했다.
150km를 넘기는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를 골고루 섞어 던지며 두산 타선을 요리했다. 특히 우타자 뒷문을 열고 들어가는 백도어 슬라이더는 알고도 치기 힘든 위력적인 구종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매력적인 공을 가진 투수도 제구가 되지 않으면 소용없는 법이다.
이의리는 잘 던지다가도 갑자기 제구가 흔들리는 미스터리한 투수다. 이날 경기에서도 2회까지 삼자범퇴로 손쉽게 경기를 이끌다가 3회 선두타자 김재호에게 첫 안타를 허용한 뒤 흔들리기 시작했다. 세트포지션 자세로 바뀌자 갑자기 스트라이크를 던지질 못했다. 후속 타자 강승호에게 초구 패스트볼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연속 볼을 던지며 볼넷을 허용했다. 이후 정수빈의 번트 안타로 1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
단 하나의 적시타도 허용하지 않고 3실점 하는 어처구니없는 장면이었다.
이날 이의리는 95개의 공을 던지며 단 4피안타만 허용했다. 볼넷을 3개 내줬는데 3개 모두 3실점 한 3회에 내준 것들이었다. 제구가 잡힌 다른 이닝은 손쉽게 타선을 압도했다. 그만큼 이의리는 공은 위력적이고 매력적이다.
특히 최고 구속 152km, 평균 146km의 포심의 구위는 정말 좋다. 포심만으로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투수이고 그의 포심은 국내 좌완 중 1등이다. 하지만 완급조절이 전혀 되지 않고 힘으로만 밀어붙이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변화구 제구가 문제다. 패스트볼이 원하는 코스에 들어가지 않았을 때 변화구 제구가 흔들리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올 시즌 2.77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긴 하지만 늘 아슬아슬하다. 항상 연속 볼넷으로 만루 위기를 자초하고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뛰어난 구위로 막아낸다. 이런 모습을 야구팬들은 '이의리 챌린지'라고 부른다.
이의리는 지난 3월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을 상대로 최고 시속 155km의 강속구를 던졌다. 하지만 ⅓이닝 3볼넷 1탈삼진에 그쳤다. 제구가 잡히지 않던 이의리는 결국 한일전 등판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대회를 마쳤다.
국가대표 투수라며 이날과 같이 8연속 볼을 던져서는 안 된다. 이렇게 갑자기 제구가 흔들리는 투수가 있으면 불펜 운영도 예상하기가 힘들고 감독과 동료들도 힘들어진다.
[8연속 볼로 밀어내기 실점으로 동점을 허용한 KIA 이의리.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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